집에서 내린 커피가 쓰다고 하신 분이 있었어요. 원두를 바꿔봐도 똑같다고 하시더라고요.
물을 어떻게 하시냐고 여쭤봤어요. 끓자마자 바로 부으신대요. 그러면 그럴 수밖에 없거든요.
물이 뜨거울수록 원두에서 성분이 더 많이 나와요. 여기까지는 맞는 말이에요.
그런데 많이 나오는 게 좋은 건 아니에요. 나오는 순서가 있거든요. 단맛과 향이 먼저 나오고, 그다음에 신맛이, 마지막에 쓴맛과 떫은맛이 나와요.
물이 너무 뜨거우면 마지막 것까지 한꺼번에 끌고 나옵니다. 그래서 혀끝이 아린 커피가 되는 거예요.
보통 90도에서 96도 사이를 씁니다. 저는 93도쯤을 기준으로 잡아요.
강하게 볶은 원두는 이미 쓴맛이 많이 만들어져 있어서 뜨거운 물을 부으면 그게 더 끌려 나와요. 그래서 낮게 씁니다. 반대로 약하게 볶은 건 잘 안 나오니까 좀 뜨겁게 하고요.
이게 제일 궁금하실 거예요. 집에 온도계가 없으신 분이 대부분이니까요.
물이 끓으면 100도예요. 불을 끄고 30초에서 1분쯤 두면 93도 근처로 내려옵니다. 주전자에서 다른 그릇으로 한 번 옮겨 부으면 그것만으로도 몇 도가 떨어지고요.
저는 손님들께 이렇게 말씀드려요. 끓이고 나서 원두 갈고 필터 헹구고 저울 맞추는 그 시간이 딱 그 정도라고요. 준비를 다 하고 부으면 대개 맞습니다.
반대 실수도 있어요. 뜨거우면 쓰다는 말을 듣고 너무 식혀서 부으시는 경우요.
그러면 밍밍해집니다. 나와야 할 게 안 나온 거예요. 향이 얕고, 마시고 나서 입에 남는 게 없고, 물 탄 것 같은 맛이 나요.
쓴 커피랑 밍밍한 커피는 원인이 반대라서 고치는 방향도 반대예요. 그래서 지금 뭐가 아쉬운지부터 보셔야 합니다.
여기가 의외로 큰 부분이에요.
93도로 부어도 도구가 차가우면 실제로 원두에 닿는 물은 그보다 낮아집니다. 드리퍼가 도자기면 특히 그래요. 열을 많이 가져가거든요.
그래서 가게에서는 내리기 전에 뜨거운 물로 드리퍼랑 서버를 한 번 헹굽니다. 필터 냄새도 빠지고 온도도 잡히니까 두 가지가 한 번에 되는 셈이에요. 이 한 동작만 추가하셔도 집에서 내리는 커피가 꽤 달라져요.
그분한테는 다음 주에 물 온도만 바꿔보시라고 말씀드렸어요.
한꺼번에 여러 개를 고치면 뭐가 효과가 있었는지 모르거든요. 원두도 바꾸고 양도 바꾸고 온도도 바꾸면 다음에 또 헤매게 돼요. 하나만 두고 며칠 마셔보시는 게 결국 빨라요.
며칠 뒤에 오셔서 훨씬 낫다고 하시더라고요. 도구를 새로 사신 것도 아니고 그냥 1분 기다리신 거예요. 집에서 내리는 커피는 대개 이런 데서 갈리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