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카운터에서 눈에 띄게 늘어난 게 있어요. 가방에서 텀블러를 꺼내 내미시는 손님이에요.
몇 해 전에는 하루에 한두 분이었어요. 지금은 밤 시간에만 여섯 분, 일곱 분씩 됩니다. 오늘은 받는 쪽에서 본 얘기를 해드릴게요.
제일 자주 듣는 말이 이거예요. "안 되면 그냥 컵에 주셔도 돼요."
부탁하는 것처럼 말씀하세요. 사실은 제가 설거지를 하나 덜 하는 건데요. 이웃 가게 사장님도 같은 얘기를 하시더라고요. 손님들이 컵을 내밀면서 눈치를 보신다고요.
저는 그럴 때 얼른 받아요. 받는 속도가 곧 대답이거든요. 한 박자 늦으면 그분은 다음에 안 꺼내세요.
이유가 하나가 아니더라고요. 손님들 말씀을 옮기면 대개 이렇습니다.
의외로 두 번째를 말씀하시는 분이 많아요. 이건 저도 동의해요. 입에 닿는 게 달라지면 커피가 달라진 것처럼 느껴지거든요.
솔직하게 말씀드릴게요. 곤란할 때가 있긴 해요.
씻어 오지 않은 컵을 주실 때예요. 어제 마시던 게 그대로 남아 있으면 그 위에 부어드릴 수가 없어요. 그렇다고 남의 컵을 함부로 씻는 것도 조심스럽고요.
크기가 안 맞을 때도 있어요. 얼음까지 들어가는 메뉴는 생각보다 자리를 많이 먹어서, 다 못 담고 남기는 일이 생깁니다. 그럴 땐 미리 말씀드려요.
이거 세 가지면 받는 쪽에서 막히는 게 거의 없어요. 주문하시면서 뚜껑을 미리 열어두시는 분들 계신데, 그게 사실 제일 큽니다.
텀블러를 들고 다니시는 분들을 보면 가방이 무거워요. 노트북에 충전기에 컵까지 들어가니까요.
그걸 매일 들고 다니신다는 게 저는 좀 대단해 보여요. 하루쯤 안 가져오면 편할 텐데, 그걸 습관으로 유지하시는 거잖아요. 저도 개인 컵은 자꾸 놓고 나와요.
안 잊고 챙겨 오신 날은 그 얘기부터 해드려요. 오늘 챙겨 오셨네요, 하고요. 그 한마디가 다음번을 만들더라고요.
반대로 이 말씀도 꼭 드리고 싶어요.
컵을 안 가져오셨다고 미안해하시는 분들이 계세요. 그럴 필요 없어요. 가게에 컵이 있는 건 그러라고 있는 거고, 그날 손이 빈 데는 다 이유가 있잖아요.
저는 카운터에서 두 종류를 다 봐요. 챙겨 오신 손과 빈손. 어느 쪽이든 그날 여기까지 오신 건 같아요. 그거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