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종일 지쳤다고 하셨습니다. 그런데 막상 자리에 누우시니 눈이 말똥해지셨다고 했지요. 몸은 이렇게 힘든데 왜 잠이 안 오냐고 하셨습니다.
지친 것과 졸린 것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피곤함은 쓴 것이 많은 상태입니다. 몸이든 머리든 소모가 있었습니다. 여기서 필요한 것은 회복이고, 회복은 꼭 잠이 아니어도 됩니다. 앉아 있기, 아무것도 안 하기, 조용한 시간 같은 것으로도 됩니다.
졸림은 잘 때가 된 상태입니다. 몸이 자는 쪽으로 스위치를 넘긴 것이지요. 이건 다른 것으로 대체가 안 됩니다. 자야 풀립니다.
그래서 피곤한데 안 졸린 밤이 생깁니다. 소모는 많았는데 스위치는 아직 안 넘어간 상태이지요.
몸이 자는 쪽으로 넘어가려면 끝났다는 신호가 필요합니다. 오늘이 끝났고 더 처리할 게 없다는 신호요.
그런데 머리에 안 끝난 항목이 남아 있으면 그 신호가 안 갑니다. 내일 해야 할 일, 오늘 못 한 말, 답을 안 한 연락 같은 것들이지요. 몸은 지쳤는데 대기 상태가 안 풀린 겁니다.
그래서 지칠수록 잘 잔다는 말은 절반만 맞습니다. 몸을 많이 쓴 피로는 그렇게 되는데, 머리를 쓴 피로는 오히려 반대로 갈 때가 많습니다.
밤에 누우셨을 때 이렇게 물어보시면 됩니다. 눈을 감고 있는 게 편합니까, 답답합니까?
두 번째일 때 억지로 자려 하면 더 안 됩니다. 자려는 노력 자체가 대기 상태를 유지시키니까요.
이 구별은 밤에만 쓰는 게 아닙니다. 낮에 집중이 안 될 때도 같습니다.
졸린 것이면 잠깐 자는 게 답입니다. 십오 분이면 충분할 때가 많지요. 피곤한 것이면 자도 개운하지 않습니다. 필요한 게 잠이 아니라 멈춤이니까요.
여기서 자주 걸리는 자리가 있습니다. 피곤한데 화면을 보면서 쉬는 겁니다. 몸은 앉아 있는데 머리는 계속 쓰고 있으니 회복이 안 됩니다. 시간은 갔는데 안 쉬어진 그 상태요.
졸림 쪽이면 할 일은 자는 것입니다. 간단합니다.
피곤함 쪽이면 할 일은 안 끝난 항목을 밖에 적어두는 것입니다. 내일 할 일을 종이에 옮겨두면 머리가 그것을 놓습니다. 놓으면 대기가 풀리고, 대기가 풀리면 그때 졸림이 옵니다.
순서가 그렇습니다. 자려고 애쓰는 것보다 적어두는 쪽이 빠를 겁니다.
잠을 못 주무시거나, 일상이 무너지고 있거나, 몸에 증상이 나타나고 있다면 그건 제가 다룰 수 있는 범위가 아닙니다. 그럴 때는 저 말고 전문가를 찾으셔야 합니다. 이름을 붙이는 일과 치료하는 일은 다릅니다.
저는 이름까지만 붙입니다.
오늘 밤 누우시기 전에 하나만 확인하시죠. 안 끝난 항목이 머리에 몇 개 있습니까.
구분하면 할 일이 갈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