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를 다녀온 다음 날 아침이 떠나기 전보다 더 하기 싫었다는 분이 계셨습니다. 본인은 잘 못 쉬어서 그런 줄 아셨습니다.
저는 반대로 봤습니다. 쉬어서 안 돌아왔다면 처음부터 쉼이 필요한 게 아니었습니다.
지친 게 아니라 물린 겁니다. 그리고 이 둘은 처치가 정반대입니다.
지침은 자원이 빠진 상태입니다. 시간, 잠, 힘이 모자랍니다. 채우면 돌아옵니다. 대상이 무엇이든 상관없습니다. 좋아하는 일을 해도 오래 하면 지칩니다.
물림은 그 대상에 마음이 안 붙는 상태입니다. 자원은 있습니다. 그런데 바로 그것에만 안 붙습니다. 같은 힘으로 다른 일은 곧잘 됩니다.
그래서 구별하는 자리가 하나 있습니다. 쉬고 나서 돌아오느냐. 돌아오면 지침이었고, 그대로면 물림이었습니다.
여기서도 하나 갈라두겠습니다. 무기력은 하고 싶은데 안 되는 것입니다. 마음은 그쪽을 향해 있는데 몸이 안 따라갑니다.
물림은 반대입니다. 몸은 되는데 마음이 그쪽을 안 향합니다. 앉으면 할 수는 있는데 앉기 전까지가 안 됩니다. 셋을 한 단어로 부르면 아무 처치도 못 하겠지요.
주말 하나면 됩니다. 잘 쉬시고 월요일 아침을 보시면 됩니다.
이미 해보신 분도 많으실 겁니다. 휴가 다음 날이 더 힘들었던 경험이 있으시다면 그 실험은 이미 끝난 것이니까요. 결과가 나와 있는데 다시 쉬어보실 필요가 있을까요.
지침 쪽이면 할 일은 단순합니다. 채우시면 됩니다. 잠이 대개 첫 번째입니다.
물림 쪽이면 채우는 걸로는 안 됩니다. 필요한 건 그 일 안에서 무엇이 물렸는지 좁히는 것입니다. 일 전체가 물리는 경우는 생각보다 드뭅니다. 대개는 그 안의 한 부분입니다. 같은 회의, 같은 사람, 같은 절차.
그래서 이렇게 나눠 적어보시면 됩니다. 이 일에서 아직 할 만한 것 / 손도 대기 싫은 것. 두 칸으로 적어놓으면 물린 자리가 눈에 보입니다. 대개 한두 개입니다.
한두 개면 바꿀 수 있습니다. 순서를 바꾸거나, 사람을 바꾸거나, 방식을 바꾸거나. 전부를 바꿔야 하는 줄 알았는데 한두 칸이었다는 걸 아는 것만으로도 그날 저녁이 달라집니다.
잠을 못 주무시거나, 일상이 무너지고 있거나, 몸에 증상이 나타나고 있다면 그건 제가 다룰 수 있는 범위가 아닙니다. 그럴 때는 저 말고 전문가를 찾으셔야 합니다. 이름을 붙이는 일과 치료하는 일은 다릅니다.
저는 이름까지만 붙입니다.
이번 주말에 쉬시고 월요일 아침을 한 번만 보시죠. 돌아왔는지 그대로인지.
구분하면 할 일이 갈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