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담은 커피가 점심에 열어보면 다른 맛이 되어 있어요. 이거 물어보시는 분이 꽤 많거든요.
잔에 따라 놓은 커피도 십 분이 지나면 맛이 달라져요. 보온병은 그 시간을 몇 시간으로 늘려놓은 거예요.
뜨겁게 유지된다는 건 좋은 일 같지만 커피 입장에서는 좀 다르더라고요. 온도가 높게 유지되는 동안 향은 계속 날아가고 쓴맛은 남거든요. 향은 가볍고 쓴맛은 무거워서요.
그래서 보온병 커피가 유독 텁텁하게 느껴지는 거예요. 상한 게 아니라 향만 먼저 빠져나간 상태죠.
가게에서 보온병에 담아드릴 때 저는 온도를 좀 낮춰서 드려요.
한 손님이 보온병을 들고 오셔서 담아달라고 하셨어요. 다음 날 다시 오셔서 맛이 이상했다고 하시더라고요. 여쭤보니 집에서 갓 내린 걸 바로 부어 담으셨대요. 그러면 병 안에서 계속 익는 셈이에요.
이건 의외로 크더라고요.
전날 넣어둔 차 냄새가 남아 있으면 커피에 그대로 옮겨와요. 스테인리스 병은 냄새를 잘 잡아두거든요. 물로만 헹구면 안 빠지는 경우가 많아요.
특히 패킹이에요. 저희도 그거 놓쳤다가 냄새 잡느라 고생했어요.
이건 아주 간단한데 효과가 확실해요.
커피를 담기 전에 뜨거운 물을 먼저 부어서 병을 데운 다음 버리고, 그다음에 커피를 담으세요. 차가운 병에 뜨거운 커피를 부으면 처음 온도가 확 떨어지고, 그 뒤로는 미지근한 상태가 오래 이어지거든요.
미지근한 상태가 제일 안 좋아요. 뜨겁지도 시원하지도 않은 그 구간에서 맛이 제일 빨리 무너지더라고요.
보온병은 온도를 지켜주는 물건이지 맛을 지켜주는 물건은 아니에요.
우유가 들어간 음료는 보온병에 오래 두지 않는 편이 나아요. 커피보다 훨씬 예민하거든요.
그리고 진하게 내려서 담고, 마실 때 뜨거운 물을 조금 타서 드시는 방법도 있어요. 농축된 상태로 두면 변화가 덜하더라고요. 저는 가게에서 나갈 때 이렇게 챙겨 나가요.
오늘 담아 가신 커피가 점심에 어땠는지 기억해두시면 좋겠어요. 어느 구간에서 무너졌는지만 알면 고칠 데는 하나뿐이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