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두 설명을 한참 읽으시던 손님이 저를 보시더니 물으셨어요. "그래서 이거 단 거예요, 안 단 거예요?"
설명에는 자몽이 어떻고 견과가 어떻고 적혀 있었는데, 정작 궁금한 건 그게 아니셨던 거죠. 저는 그 질문이 제일 정확한 질문이라고 생각해요. 오늘은 그 말들을 마시는 사람 기준으로 풀어볼게요.
제일 오해가 많은 말이에요. 산미라고 하면 식초 같은 신맛을 떠올리시는데 그건 아니거든요.
귤이나 사과를 베어 물었을 때 입안이 환해지는 느낌 있잖아요. 그쪽에 가까워요. 커피가 무겁게 눌러앉지 않고 가볍게 지나가는 느낌이면 산미가 있는 겁니다.
싫어하시는 분들도 많아요. 그건 취향이라 잘못된 게 아니에요. 산미가 싫으시면 그냥 "산미 없는 걸로 주세요" 하시면 됩니다. 그 한마디면 가게에서 다 알아들어요.
이건 맛이 아니라 입안에서의 무게예요.
물 마실 때랑 우유 마실 때 입안 느낌이 다르잖아요. 그 차이가 바디감입니다. 바디가 가벼우면 차처럼 산뜻하게 넘어가고, 무거우면 입안에 잔잔하게 남아요.
진하다는 말이랑 헷갈리기 쉬운데 좀 달라요. 연하게 내렸는데도 묵직하게 느껴지는 커피가 있거든요.
땅콩이나 볶은 곡물 냄새가 나는 쪽이요. 이건 원두를 오래 볶으면 나오는 맛이에요.
강하게 볶을수록 산미는 줄고 고소함과 쓴맛이 올라옵니다. 그래서 산미 싫으신 분들한테는 강하게 볶은 걸 권해드려요. 이 둘은 대개 반대로 움직이거든요.
이걸 몰라서 헷갈리시는 분들이 많아요.
거기 자몽이 들어간 게 아니에요. 향이 그쪽을 떠올리게 한다는 비유입니다. 그러니까 그 맛이 정확히 안 나도 손님 입이 이상한 게 아니에요. 저도 절반은 잘 모르겠어요.
설명은 참고만 하시고 결국 드셔보셔야 압니다. 저는 그렇게 말씀드려요.
어려운 말이 많아 보여도 결국 셋이에요. 밝은가 무거운가, 가벼운가 진한가, 신가 고소한가.
말을 몰라도 커피 고르는 데 아무 문제 없어요. 실제로 제일 잘 고르시는 분들은 용어를 아시는 분들이 아니라, 자기가 뭘 좋아하는지 아시는 분들이더라고요.
"저는 신 거 싫어요" 이 한마디가 어떤 설명보다 정확해요. 그거 하나만 들고 오시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