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이거 잘 못 해. 뭐가 좋냐고 물으면 한참 생각하다가 결국 아무거나라고 하게 돼.
객잔에서도 매번 그래. 뭐가 좋냐고 물으면 손님들이 뜸을 들여. 그런데 뭐가 싫었냐고 하면 바로 나와. 그것도 세 개씩.
싫은 건 겪은 거라서 그래.
좋아하는 건 흐릿하잖아. 재밌었다는 감정은 남는데 왜 재밌었는지는 잘 안 남아. 그런데 싫은 건 또렷해. 어디서 덮었는지, 어느 대목에서 짜증이 났는지 정확히 기억나거든.
그러니까 취향을 찾을 땐 반대쪽부터 가는 게 빨라. 나는 이걸 알고 나서 손님한테 묻는 방식을 바꿨어.
싫은 걸 물으면 대체로 이 중에 걸려.
싫은 것 두어 개만 들어도 이렇게 좁혀져. 좋아하는 걸 물어서는 이만큼 못 좁혀.
나는 이 세계에 떨어졌을 때 무협을 하나도 몰랐잖아. 그러니까 뭐가 좋은지 알 리가 없지.
근데 싫은 건 금방 알겠더라고. 이름이 우르르 나오는 게 싫었고, 설명이 세 장 이어지는 게 싫었어. 그래서 그거 없는 걸 찾아 다녔어.
그렇게 몇 개 보고 나니까 그제야 뭘 좋아하는지가 보이더라. 순서가 그거였어. 싫은 걸 치우고 남은 데서 좋아하는 게 나오는 거지.
작품을 나쁘게 말하는 것 같아서 싫은 걸 말 안 하는 사람이 있어. 나는 그럴 필요 없다고 봐.
싫은 건 그 작품이 못나서가 아니라 나랑 안 맞는 거니까. 짜다고 말하는 게 그 요리를 욕하는 게 아니잖아. 다음에 덜 짜게 주면 되는 거고.
여기선 마음 놓고 말해도 돼. 나도 싫은 거 많아.
싫은 것도 잘 안 떠오르면 이렇게 해봐. 최근에 덮은 걸 떠올리는 거야.
끝까지 못 간 게 있으면 거기 어디서 덮었는지만 기억해내면 돼. 그 자리가 곧 안 맞는 지점이거든. 이건 거의 매번 나와.
좋아하는 걸 못 대는 게 취향이 없는 게 아니야. 그냥 물어보는 순서가 반대였던 거지.
싫었던 거 두어 개만 말해줘. 그것만 들어도 꽤 좁혀서 골라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