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같이 했는데 어제랑 맛이 다른 날이 있어요. 저도 가게에서 매일 겪어요.
가게에서 저울까지 쓰고 시간까지 재는데도 그래요. 손님이 어제랑 다르다고 하시면 저도 속으로 알고 있어요.
그러니까 이건 실력 문제가 아니에요. 커피가 원래 변수가 많은 음료거든요. 다만 어디서 흔들리는지를 알면 편차를 꽤 줄일 수 있더라고요.
저도 처음엔 제 손을 의심했어요. 그런데 대개 손이 아니라 다른 데였어요.
이게 의외로 커요.
한 봉지 안에서도 위쪽과 아래쪽 원두가 달라요. 가벼운 조각은 위로 뜨고 무거운 알은 아래로 가라앉거든요. 그래서 봉지 끝물이 되면 맛이 확 바뀌어요.
같은 봉지 마지막 잔이 첫 잔보다 눈에 띄게 밍밍해서 저울을 세 번이나 다시 확인한 날이 있었어요. 저울은 멀쩡했고요.
로스팅한 지 며칠 됐느냐에 따라 같은 원두도 다른 맛이 나요.
볶고 나서 며칠은 가스가 빠지는 중이라 맛이 들쭉날쭉해요. 그러다 안정되는 구간이 오고, 그 구간이 지나면 향이 서서히 빠져요. 그러니까 이번 주랑 다음 주가 다른 게 정상이에요.
가게에서는 이걸 감안해서 조금씩 조정해요. 원두가 어릴 땐 물을 살짝 뜨겁게, 시간이 지나면 조금 굵게 갈고요. 집에서는 그렇게까지 안 하셔도 되는데, 다르다고 느끼신 게 착각은 아니라는 것만 아시면 좋겠어요.
이건 손댈 수 없는 쪽이에요.
습한 날은 원두가 습기를 먹어서 잘 안 갈려요. 그러면 같은 설정인데 굵게 갈린 것처럼 되고, 맛이 연해져요. 반대로 건조한 날엔 곱게 갈려서 진해지고요.
수돗물도 계절에 따라 조금씩 바뀌어요. 저희가 정수를 쓰는 이유 중 하나가 그거예요. 매일 같으려면 물이 먼저 같아야 하더라고요.
커피가 날마다 다른 건 고장이 아니라 살아 있는 재료라서 그래요.
전부 통제하려고 하면 지쳐요. 저는 이 셋만 봐요.
이 셋만 지켜도 편차가 눈에 띄게 줄어요. 나머지는 그날의 커피로 그냥 두셔도 돼요.
오늘 커피가 어제와 달랐다면, 어제와 뭐가 달랐는지 하나만 떠올려보세요. 물인지, 봉지 끝물인지, 날씨인지요. 거기에 답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