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와서 아까 그 대화를 되감아보게 되죠. 내 얘기만 한 것 같아서요.
가게에서 그 사과를 정말 많이 들어요. 나가시면서 꼭 한 번씩 하십니다.
사람이 갑자기 말이 많아지는 건 성격이 바뀌어서가 아니에요.
그동안 할 데가 없었던 겁니다. 며칠 혹은 몇 주 동안 쌓여 있다가 들어줄 사람이 앉아 있으니까 한꺼번에 나온 거예요. 그러니까 그건 결핍의 신호지 무례가 아니에요.
저는 카운터에서 그걸 계속 봅니다. 말이 많으신 분일수록 평소에 말할 데가 없으신 경우가 많아요.
이게 좀 허무한 부분인데, 상대는 기억을 잘 못 합니다.
물론 정말 일방적인 자리도 있어요. 그건 상대가 다음에 안 만나자고 하니까 금방 알게 됩니다. 그런데 그런 경우는 생각보다 드물어요.
제 일이 듣는 일이라 좀 편향돼 있어요. 그건 먼저 말씀드릴게요.
그래도 하나는 확실해요. 많이 들은 날 저는 지치지 않아요. 오히려 하나도 안 물어보고 조용히 앉았다 가시는 분이 더 신경 쓰입니다. 저 사람은 오늘 어디서도 말을 못 했겠구나 싶어서요.
그러니까 말을 많이 한 것 때문에 미안해하실 필요는 없어요. 들은 쪽은 대개 괜찮습니다.
한 시간을 말씀하시고 나가시면서 제 얘기만 했다고 두 번이나 사과하셨어요.
그래서 제가 그랬어요. 여기는 그러라고 있는 자리라고요. 다음에 오셨을 때 그 얘기의 뒷부분을 들려주셨습니다. 두 번째는 사과 안 하시더라고요.
걱정되는 건 말을 많이 한 게 아니라, 그동안 못 했다는 쪽이에요.
오늘 말이 많으셨어도 괜찮아요. 다음엔 상대 얘기를 들어드리면 그걸로 맞춰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