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손님이 뚜껑 세 개를 다 뒤집어 놓고 한참 보시더라고요. 그러더니 물으셨어요. 이 중에 제 게 뭐예요?
저는 그때 처음 알았습니다. 저희는 손이 알아서 골라 씌우는데, 받는 쪽에서는 그게 다 똑같이 생긴 플라스틱으로 보인다는 걸요.
카페에서 쓰는 뚜껑은 대충 네 종류예요.
이게 제일 자주 받는 질문이에요. 뜨거운 음료 뚜껑은 구멍이 작고, 차가운 쪽은 크잖아요.
뜨거운 잔은 안에서 김이 계속 올라옵니다. 완전히 막아버리면 안쪽 압력이 차서 뚜껑이 밀려 올라와요. 그래서 숨구멍을 냅니다. 대신 크게 내면 걸을 때 출렁여서 넘치니까 작게 냅니다.
같은 컵인데 뚜껑이 다른 건 그래서예요.
몇 해 전부터 빨대를 안 쓰는 쪽으로 많이 바뀌었죠. 그러면서 뚜껑에 바로 입을 대는 형태가 늘었어요.
처음엔 손님들이 어색해하셨는데, 요즘은 오히려 이쪽을 찾으시는 분이 많아요. 얼음이 입에 안 걸리는 게 좋다고들 하시더라고요.
다만 이건 걸어 다니면서 마시기엔 좀 불안해요. 구멍이 크니까요. 저는 차에 두고 드실 거라고 하면 그쪽으로 안 드립니다.
뚜껑을 씌울 때 그냥 얹으면 안 됩니다. 한 바퀴 눌러 끼워야 해요.
가장자리를 손가락으로 죽 돌려가면서 딸깍 소리가 날 때까지 누르는 거예요. 한쪽만 눌러놓으면 반대쪽이 들려서 그쪽으로 새거든요. 손등에 커피 쏟는 사고는 대개 여기서 납니다.
그리고 구멍은 손잡이 반대쪽으로 돌려놓으세요. 컵을 잡은 손 쪽에 구멍이 오면 기울일 때 손등으로 흘러요.
가끔은 뚜껑 빼달라고 하십니다. 향이 훨씬 잘 난다고요. 그건 맞아요. 구멍 하나로 나오는 향과 잔 전체에서 올라오는 향은 확실히 다르니까요.
앉아서 드실 거면 저는 뚜껑을 안 권합니다. 잔이 좀 빨리 식긴 하는데, 그 대신 향이 다 열려요.
밤에 오시는 분들 중에는 잔을 두 손으로 감싸고 한참 안 마시는 분들이 있어요. 그럴 땐 뚜껑을 안 드리는 게 맞더라고요. 그분들이 사러 온 건 커피가 아니라 따뜻한 잔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