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이 뭘 배우기 시작했다면서 얘기를 하는데, 몇 달이면 되냐는 말을 세 번 물었어.
배우는 내용은 한 번도 안 물었고. 나는 그게 좀 걸렸어.
단골 하나는 요새 다들 그렇대. 얼마나 걸리는지부터 보고 시작할지 말지를 정한다는 거야. 뉴스에도 짧게 끝내는 게 유행이라는 얘기가 나온다고 하고. 나는 그게 좋은지 나쁜지는 몰라. 객잔에서 본 것만 적을게.
이게 재밌는 대목이야. 무협에서 수련 기간이 나오면 단위가 아예 달라.
기본이 십 년이야. 폐관수련은 삼 년이 최소고, 그것도 이미 다 배운 놈이 한 대목 뚫으려고 들어가는 거지. 문파에 들어가서 뭘 배우기 시작하면 십 년, 이십 년 얘기가 그냥 나와.
그런데 아무도 안 물어. 몇 년 걸리냐고 묻는 인물이 무협에 거의 안 나와. 이게 나는 신기했어.
생각해보니 이유가 있더라고. 무림에선 배우는 게 직업이 아니라 자리야.
몇 년 배워서 뭘 하겠다는 게 아니라, 그 문파 사람이 된다는 거지. 그러면 기간을 물을 이유가 없어. 끝나고 나가는 게 아니니까.
세 번째가 핵심이야. 경지가 위로 계속 열려 있잖아. 끝이 없으니까 기간을 못 재는 거야.
물론 무협에도 지름길이 나와. 영약도 있고 기연도 있고 사파 무공도 있지.
그런데 이 장르가 그걸 어떻게 다루냐면, 반드시 값을 붙여. 영약은 소화하다 앓고, 사파 무공은 빨리 세지는 대신 뭘 팔고, 기연은 그걸 얻느라 뭘 잃어.
값 없이 빨리 된 놈은 그 작품에서 오래 못 가. 이게 무협이 몇백 년째 붙들고 있는 태도야. 빨리 가는 길이 없다는 게 아니라, 빨리 가면 값이 붙는다는 거지.
몇 달이면 되냐고 세 번 물은 그 손님한테 나는 되물었어. 지금 어디까지 했냐고.
그랬더니 그건 대답이 바로 나오더라고. 뭘 해봤고 뭐가 안 됐는지를 한참 얘기했어. 묻는 걸 바꾸니까 말이 길어진 거야.
기간을 물으면 답이 하나야. 몇 달. 그리고 그 답을 듣고 나면 대개 시작을 안 해. 길다고 느끼니까.
무협에서 수련 장면을 보면 인물들이 뭘 재냐면, 시간이 아니라 어디서 막혔는지를 재.
지난달엔 이 대목에서 막혔는데 지금은 넘어갔다. 그게 진도야. 몇 년째냐가 아니라. 그래서 십 년을 해도 지겹지가 않은 거지. 매번 막히는 자리가 다르니까.
나는 이게 꽤 쓸 만한 셈법이라고 봐. 남은 기간은 어차피 아무도 모르잖아. 근데 어디까지 왔는지는 지금 당장 알 수 있거든.
몇 년 걸리는지 말고 지금 어디까지 왔는지 말해봐. 그게 더 정확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