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 한 분이 그러시더군요. 요즘은 다들 요약으로 본다고요. 어디선가 그런 얘기를 들으셨답니다.
그 말을 하신 분이 그날 원문을 빌려 가셨어요. 결말은 이미 아신다면서요.
실제로 그런 분들이 늘었습니다. 오시자마자 제목을 정확히 대세요. 무슨 내용인지도 대강 알고 오시고요.
예전에는 서가를 한참 도시다 고르셨는데, 지금은 찾아서 바로 나가시는 경우가 많더군요. 요약이 목록 역할을 하고 있는 겁니다.
줄거리와 결론은 요약으로 충분히 전달됩니다. 그건 저도 인정해요.
다만 그 결론에 어떻게 도착했는지는 안 옮겨지더군요. 그 손님도 그래서 원문을 빌려 가신 겁니다. 답은 아는데 과정을 모르겠다고요.
결론만 아는 자는 그 길을 다시 걸을 수 없다. 길은 걸은 자에게만 남는다.
책 얘기를 나눠 보면 금방 갈립니다. 요약으로 본 분은 정확히 요약만 말씀하세요. 원문을 읽은 분은 엉뚱한 대목을 기억하시고요.
그 엉뚱한 대목이 대개 그 사람에게 남은 부분입니다. 요약에는 그런 게 없거든요. 남의 기준으로 잘라낸 것만 오니까요.
저는 요약을 보지 말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두꺼운 책 앞에서 겁을 덜어주는 역할은 분명히 하거든요.
순서만 정하시면 됩니다. 요약은 고르기 위해 보고, 정한 다음에는 원문으로 가는 순서요. 그러면 요약이 대체품이 아니라 안내판이 됩니다.
요약으로 끝낸 책은 목록에 남고, 끝까지 읽은 책은 나한테 남습니다. 둘 다 필요할 때가 있어요.
다만 전부 목록으로만 채우면 아는 건 많은데 겪은 게 없는 상태가 됩니다. 어느 책을 끝까지 걸어볼지는 내가 골라두면 되는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