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온 조카가 휴대폰을 보여주는데 코인 이름 옆에 "맡겨 둠"이라고 적혀 있더라고요. 판 것도 아니고 그냥 둔 것도 아니라던데요.
저는 그게 무슨 말인지 몰라서 물어봤어요. 맡기면 누가 그걸 가져가서 뭘 하느냐고요.
박예슬 맡긴다는 건 남한테 넘긴다는 말인가요? 그럼 그동안은 못 찾는 거잖아요.
조카가 그런 건 아니라면서 영상을 하나 틀어줬어요. 이웃 언니네 아들도 같은 걸 봤대요. 저는 거기서 들은 만큼만 옮겨 볼게요.
영상에서 그러는데, 코인은 다 같이 들여다보는 장부가 하나 있고 그걸 누가 이어 쓸지를 매번 정해야 한대요. 비트코인은 계산 경쟁을 시켜서 정한다고 했어요. 그게 채굴이라던데요.
이더리움은 몇 해 전에 그 방식을 아예 바꿨대요. 계산 경쟁 대신 코인을 맡겨 둔 사람들 중에서 차례를 정하는 쪽으로요.
신미혜 곗돈 부어 놓고 순번 기다리는 거랑 비슷한 셈이죠. 걸어 둔 사람만 차례를 받는 거예요.
맡겨 둔 사람을 검증자라고 부른대요. 자기 차례가 왔을 때 장부를 제대로 이어 쓰면 새로 나온 코인을 나눠 받는다고 했어요. 그게 맡긴 대가라던데요.
여기가 저는 제일 의외였어요. 받기만 하는 게 아니래요.
장부를 엉뚱하게 쓰거나 자기 차례에 자리를 비우면 맡겨 둔 것에서 깎는대요. 그러니까 잘 지키라고 볼모처럼 걸어 두게 만든 구조라던데요. 상 주는 쪽과 벌 주는 쪽을 같이 두지 않으면 아무도 성실하게 안 한다고 영상에서 그랬어요.
박예슬 그럼 맡긴 사람은 언제든 도로 찾을 수 있는 건가요? 그건 확인된 거예요?
그건 바로는 안 된대요. 넣을 때도 뺄 때도 줄을 서야 하고, 한꺼번에 몰리면 그 줄이 길어진다고 들었어요. 얼마나 기다리는지는 그때그때 다르다더라고요.
혼자 하려면 컴퓨터를 늘 켜 두어야 하고 맡길 수 있는 최소 덩어리도 정해져 있대요. 저희 같은 사람이 하기는 어려운 일이더라고요.
그래서 거래소나 대신해 주는 곳에 맡기는 사람이 많다던데요. 대신 그렇게 하면 내 코인을 그쪽이 들고 있는 셈이 되고, 그 집이 흔들리면 같이 흔들린다는 말도 같이 들었어요.
신미혜 김장독을 남의 집 마당에 묻어 두는 거랑 같은 거예요. 자리는 빌렸는데 독은 내 건 아닌 상태가 되는 거죠.
은행에 넣어 두는 거랑 같은 거냐고 물었더니 그건 아니라고 하더라고요. 맡긴 만큼을 지켜 주겠다고 약속한 데가 따로 없고, 받는 것도 새로 나온 코인이라 그 코인 자체가 흔들리면 같이 흔들린다는 거예요.
정리하면 이래요. 맡겨 두는 건 장부를 이어 쓰는 차례에 끼는 일이고, 제대로 하면 새 코인을 받고 엉터리로 하면 깎이는 거래요. 그리고 맡기는 동안은 바로 빼기 어렵고요.
이게 좋은 건지 아닌지는 저도 몰라요. 다만 맡겨 둔다는 말을 들으면 이제 두 가지는 물어봐요. 누가 들고 있는 거고, 되찾는 데 얼마나 걸리느냐고요.
박예슬 그 두 개만 물어도 절반은 아는 거잖아요.
우리가 알아낼 수 있는 건 결과가 아니라 태도라던데요. 저는 그 말이 맞다고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