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잔 마당에서 웬 노인이 한 시간을 앉아만 있더라고. 나는 저 양반이 조는 줄 알았어.
나중에 주인장이 그러더라. 저게 수련이라고. 나는 그때 진짜 이해가 안 갔어. 움직여야 무공 아니냐고 했더니 주인장이 웃더라고. 그러고 알려준 게 심법 얘기야.
정리하면 이래. 심법은 몸 안에서 기운을 만들고 돌리는 방법이야. 호흡하고, 기운을 어느 길로 보낼지 정하고, 그걸 쌓는 거지.
밖에서 보면 아무 일도 안 일어나. 그래서 앉아 있는 걸로 보이는 거야. 근데 저게 다 하는 중인 거라고.
내공이라고 부르는 게 이 심법으로 쌓인 결과물이야. 심법이 방식이면 내공은 잔고인 셈이지.
초식은 반대야. 쌓아놓은 걸 어떻게 꺼내 쓸 것인가에 대한 답이지.
검을 어느 각도로 긋고, 발을 어디에 놓고, 언제 힘을 실을지. 이게 다 초식이야. 우리가 무협에서 재밌게 보는 장면은 거의 전부 초식 쪽이라고.
이게 전부야. 나는 이 두 줄 잡는 데 한참 걸렸어.
여기가 이 장르의 노림수야. 둘을 갈라놨으니까 불균형이 생겨.
내공은 산더미인데 쓸 줄을 모르는 놈이 나올 수 있고, 초식은 신기에 가까운데 밑천이 없는 놈도 나올 수 있어. 이 둘이 붙으면 재밌잖아. 하나만 있었으면 그냥 센 놈이 이기고 끝이야.
나도 처음엔 심법 나오는 대목을 다 건너뛰었거든. 근데 건너뛰니까 후반부에 왜 저 놈이 이겼는지가 하나도 안 풀리더라고.
읽다 보면 인물이 네 부류로 나오는 게 보여.
마지막이 핵심이야. 무협은 밑천 없는 놈이 어느 쪽부터 채우는가를 보여주는 장르거든.
무협에서 스승이 제자한테 초식부터 가르치는 경우는 거의 없어. 앉혀놓고 호흡부터 시키지.
이게 답답해 보이는데 이유가 있어. 밑천 없이 초식만 익히면 몸이 못 버텨. 주화입마 나오는 장면들 보면 대개 이 순서를 어긴 놈들이야. 힘을 담을 그릇을 안 만들고 힘부터 쓰려다 터지는 거지.
나는 이게 이 장르가 사람 다루는 방식이라고 봐. 눈에 보이는 것보다 안 보이는 걸 먼저 쌓으라는 말을 몇백 년째 하고 있는 거야.
심법은 채우는 거고 초식은 꺼내 쓰는 거야. 앉아 있는 장면은 심법이고, 붙는 장면은 초식이야.
다음에 무협 읽다가 누가 한 시간을 가만히 앉아 있으면 지루한 장면이라고 넘기지 마. 저기서 잔고가 쌓이는 중이거든. 그리고 그 잔고가 나중에 판을 뒤집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