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은 괜찮은데 주인공한테 정이 안 붙는 경우가 있어. 하는 짓이 답답하거나, 너무 세서 시시하거나, 그냥 결이 안 맞거나.
그러면 대개 접잖아. 나도 그랬어. 근데 몇 번 겪고 나서 다르게 해보니까 되더라고.
이 장르는 주인공 하나만 세워두지 않아.
사형제가 있고, 사부가 있고, 문파에 사람이 있고, 길에서 만난 사람이 있고. 그리고 이 사람들이 다 자기 사정을 갖고 있어. 곁다리로 지나가는 게 아니라 각자 살아 있는 거지.
그래서 주인공이 안 붙어도 볼 사람이 남아. 이게 무협의 큰 장점이야. 인물 하나에 매달리는 구조가 아니거든.
나는 이렇게 해.
이렇게 보면 같은 작품이 딴 작품이 돼. 나는 이 방식으로 못 볼 뻔한 걸 몇 개 건졌어.
객잔에서 어떤 손님한테 그 작품 어떠냐고 물었더니, 주인공 얘기는 한마디도 안 하고 사형 얘기만 하더라고.
물어보니까 주인공은 별로인데 그 사형 때문에 본다고 하더라. 그거 나쁘게 볼 일이 아니잖아. 끝까지 보고 있으니 작품 입장에서도 손해가 아니고.
재밌는 게, 잘 쓰는 작가는 이걸 알고 짜.
주인공이 답답할 시기에 옆에 시원한 인물을 붙여둬. 주인공이 못 하는 말을 대신 해주는 사람 하나를 꼭 넣지. 그게 있어야 독자가 안 떠나니까.
그러니까 조연이 좋아지는 건 잘못 읽는 게 아니라 그렇게 설계된 거야. 마음 놓고 갈아타도 돼.
물론 갈아탈 사람도 없는 작품이 있어. 인물이 다 밋밋하거나 주인공 말고는 아무도 자기 사정이 없거나.
그럼 그건 접는 게 맞아. 그건 취향 문제가 아니라 인물이 얇은 거니까.
나는 접을 때 이걸 기준으로 봐. 주인공 말고 궁금한 사람이 하나라도 있냐. 없으면 뒤도 대체로 비슷하더라고.
따라갈 사람을 바꾸면 같은 이야기가 다르게 굴러가. 나는 이게 무협의 꽤 좋은 구석이라고 봐.
조연이 튼튼한 작품이 취향이면 말해줘. 그런 쪽으로 골라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