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잔에 앉아 있으면 별 얘기를 다 들어. 그중에 요즘 제일 자주 듣는 말이 있어. 이제 긴 건 못 보겠다는 거야.
한 손님은 글이 길면 눈이 미끄러진다고 하더라고. 다른 손님은 짧은 걸로 넘기다 보면 저녁이 다 간다고 했어. 내 동생뻘 되는 애는 아예 앉아서 뭘 읽어본 게 언제인지 모르겠다고 하고.
그러면 무협은 진작에 짧아졌어야 하잖아. 근데 안 그래. 오히려 더 길어졌어.
여기서 내가 본 게 하나 있어. 짧은 것만 본다던 그 손님이, 자리에 앉자마자 어제 읽던 대목을 처음부터 설명하기 시작했다는 거야. 누가 누구 사형이고 왜 그 문파가 갈라졌는지까지.
십 분은 떠들었을 거야. 그러고는 다시 말하지. 요즘 긴 건 못 본다고.
나는 그걸 보고 웃었어. 저 사람이 거짓말을 한 게 아니거든. 짧은 걸 원하는 건 맞는데, 붙잡히는 건 긴 거였던 거야. 둘이 따로 노는 거지.
이유를 나도 잘은 몰라. 다만 객잔에서 본 걸로 짐작은 돼.
짧은 걸 보고 나서 그 얘기를 남한테 하는 사람은 별로 없어. 재밌었는데 뭐가 재밌었는지 설명이 안 되거든. 근데 긴 걸 읽은 사람은 꼭 붙잡고 설명해. 인물 이름을 대고, 앞뒤를 붙이고, 그다음이 궁금해서 잠을 설쳤다고까지 말하지.
관계가 생기려면 시간이 걸린다는 것뿐이야. 사람이든 이야기든 같아. 십 초짜리한테 정이 들 방법이 없잖아.
무협은 원래 시간으로 굴러가는 이야기야. 내공도 시간이고 사문도 시간이고 원한도 시간이거든. 그걸 짧게 만들면 남는 게 별로 없어.
그러니까 무협이 안 짧아진 건 시대를 못 따라간 게 아니라, 짧게 만들면 그게 무협이 아니게 되기 때문이라고 봐. 짧은 판에서는 짧은 게 이기고, 긴 걸 원하는 사람은 결국 긴 데로 와. 그 두 판이 같은 자리에서 싸우는 게 아니더라고.
물론 나는 장사꾼도 아니고 뭘 아는 사람도 아니야. 그냥 카운터 너머에서 본 것만 말하는 거지.
긴 게 부담되면 짧게 잡고 시작하면 돼. 완결까지 갈 생각을 처음부터 하니까 무거운 거야.
한 문파만 알고, 인물 셋만 기억하고, 딱 거기까지만 읽어도 충분해. 붙잡히면 그다음은 알아서 넘어가고, 안 붙잡히면 그건 그 작품이 너랑 안 맞은 거지 네 집중력 문제가 아니야.
나도 여기 떨어지기 전엔 긴 걸 못 보는 축이었어. 근데 안 밀리고 앉아 있게 만드는 이야기는 따로 있더라고. 그거 하나 만나면 사람이 바뀌어.
지금 긴 게 안 넘어가면 말해줘. 짧게 끊어 읽어도 되는 결로 하나 골라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