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동에 사는 언니 남편이 조선소에 다녀요. 엘리베이터에서 만났는데 요새 그 배 때문에 늦는다길래, 그 배가 언제부터 있었냐고 물었어요. 몇 년 됐대요. 저는 그게 제일 놀라웠어요.
집에 와서 얘기했더니 남편은 원래 그렇다고 하더라고요. 저만 몰랐던 거예요.
박예슬 몇 년이요? 그동안 그 배는 어디 있는데요?
들은 대로 옮기면 이래요. 배를 처음부터 통으로 만들지 않는대요. 덩어리를 여러 개로 나눠서 따로 만들고, 나중에 붙인다던데요.
신미혜 김밥을 한 줄로 마는 게 아니라, 속 재료를 따로따로 만들어 놓고 마지막에 마는 셈이에요.
순서도 들었어요. 먼저 설계를 하고, 철판을 자르고, 덩어리를 짜 맞추고, 도크에 옮겨서 이어 붙이고, 물에 띄우고, 그다음에 안에 들어갈 걸 채우고, 마지막에 시운전을 한대요. 그러고 나서야 넘겨준다고 하더라고요.
배마다 주문이 다 달라서 똑같은 배가 거의 없다는 말도 했어요. 그러니 설계부터 매번 새로 한대요.
이건 저도 생각 못 했던 거예요. 도크라는 자리가 정해져 있어서, 앞 배가 나가야 다음 배가 들어간다던데요. 그래서 일이 밀리면 기다리는 시간이 생긴대요.
박예슬 그럼 회사가 빨리 하고 싶어도 못 하는 거네요?
그런 셈이래요. HD현대중공업이나 한화오션, 삼성중공업 같은 이름이 뉴스에 붙어도 안에서 벌어지는 일은 그런 거라고 하더라고요.
돈도 한 번에 받지 않는다고 들었어요. 계약할 때 조금, 단계를 넘길 때 조금씩, 마지막에 넘겨주면서 크게 받는 식이라던데요. 다만 배마다 조건이 다르고 그건 밖에서 알기 어렵대요. 언니 남편도 자기 일이 아니라서 모른다고 했어요.
저는 그냥 배가 크니까 오래 걸리는 줄 알았어요. 그게 아니라 나눠 만들고, 자리를 기다리고, 매번 새로 설계해서 그런 거래요.
방산 회사가 뭘 파는 곳인지 알아본 날에도 비슷한 말을 들었고, 뉴스에 수주라고 나오면 무슨 뜻인지 알아볼 때도 이 얘기가 또 나왔어요.
저희가 알아낼 수 있는 건 왜 오래 걸리나까지지, 그 배가 언제 나올지는 아니래요. 저는 거기까지만 듣고 왔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