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잔 근처에 사는 아이가 문파 시험을 보러 간다고 했어. 사흘 만에 돌아왔길래 떨어졌냐고 물었더니 아니래.
그럼 뭘 했냐고 하니까 물만 길었대. 사흘 내내. 나는 그게 무슨 시험인가 싶었어.
근데 무협을 읽다 보니 이런 장면이 계속 나오더라고. 마당을 쓸게 하거나, 밥을 짓게 하거나, 그냥 기다리게 하거나.
실력을 안 봐. 애초에 볼 게 없거든. 들어오려는 사람은 대개 아직 아무것도 못 하니까.
그럼 뭘 재냐면 이거야.
그러니까 저건 시험이 아니라 거르는 장치야. 재능 있는 사람을 뽑는 게 아니라 못 견딜 사람을 미리 내보내는 거지.
문파 입장에서 제자 하나 받는 게 큰일이거든.
무공을 가르치면 그건 되돌릴 수가 없어. 나가서 무슨 짓을 해도 그 사람 무공은 우리 문파 것으로 불려. 그러니까 실력보다 사람 됨됨이를 먼저 보는 게 당연하지.
이걸 알고 나면 무협의 입문 장면이 다르게 보여. 저건 뽑는 자리가 아니라 책임질 사람을 고르는 자리야.
입문 시험은 이야기 초반에 굉장히 유용해.
주인공이 어떤 사람인지 말로 설명 안 하고 보여줄 수 있잖아. 마당을 쓸라고 했는데 구석까지 쓸었다든가, 남이 안 볼 때도 똑같이 했다든가. 그 한 장면으로 인물이 정리돼.
그리고 여기서 만난 사람들이 나중에 사형제가 돼. 처음 만난 자리가 어땠는지가 뒤에 계속 따라붙으니까 작가 입장에서도 남는 장사고.
재밌는 건 시험을 안 치르고 들어가는 인물도 많다는 거야.
문주가 길에서 데려오거나, 누가 부탁해서 넣거나, 원래 그 집안 사람이거나. 이런 인물은 시작부터 자리가 애매해. 다른 제자들이 인정을 안 해주거든.
무협은 이 어긋남을 자주 써먹어. 정식으로 안 들어온 사람이 제일 잘하게 되는 그림, 이거 이 장르가 오래 우려먹는 거야.
입문 장면이 지루해도 넘기지 말고 한 번은 봐. 거기 그 인물의 성격이 다 들어 있어.
그리고 그 자리에서 같이 시험 본 사람들 얼굴을 대충 기억해둬. 나중에 편이 되든 적이 되든 반드시 다시 나오거든. 나는 이걸 몰라서 뒤에 가서 한참 헤맸어.
물 긷는 사흘이 사실은 제일 중요한 사흘이었다는 거, 알고 나니까 좀 재밌더라고.
문파 안에서 벌어지는 얘기가 촘촘한 작품이 취향이면 말해줘. 그런 쪽으로 골라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