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반도체 영상을 자주 봐요. 저는 옆에서 듣다가 늘 같은 게 궁금했어요. 왜 이 회사 얘기는 좋았다 나빴다가 이렇게 크냐는 거요.
남편은 원래 그런 업종이라고만 하더라고요. 그 말이 성의 없게 들려서 좀 더 캐물었어요. 같은 동에 사는 언니 남편이 협력사에 다녀서 그쪽 얘기도 얹어 들었어요.
박예슬 원래 그렇다는 말이 제일 답답한데요. 원래가 뭔데요?
언니 남편은 손으로 파도를 그리면서 설명했대요. 일이 몰릴 때랑 없을 때가 번갈아 온다고요. 그게 이 바닥에선 이상한 일이 아니라던데요.
들은 대로 옮기면 이래요. 쓰겠다는 곳은 조금씩 늘었다 줄었다 하는데, 만드는 쪽은 그렇게 못 한대요. 공장을 하나 세우는 데 몇 년이 걸린다고 하더라고요.
신미혜 반찬은 한 젓가락씩 더 먹는데 밥은 한 솥씩 안치는 셈이에요. 모자라면 한참 모자라고, 남으면 한참 남는 거예요.
그래서 만드는 양이 매끄럽게 안 늘고 계단처럼 뭉텅이로 늘어난대요. 필요한 만큼만 딱 맞춰 짓는 게 애초에 안 된다던데요. 그러니 모자랄 때랑 남을 때가 번갈아 오고, 값이 그때마다 크게 움직인다고 했어요.
이건 저도 좀 놀랐어요. 이런 걸 사 가는 곳이 아주 많지 않대요. 큰 곳 몇 군데가 대부분을 가져간다던데요.
박예슬 그럼 그중 한 곳이 이번엔 덜 사겠다고 하면요?
바로 티가 난대요. 손님이 백 명이면 한 명이 안 와도 모르는데, 손님이 몇 명뿐이면 한 명만 안 와도 가게가 조용해지잖아요. 언니 남편도 그 비슷한 말을 했다고 하더라고요.
수출이 많다는 것도 얹힌대요. 물건은 밖으로 나가고 셈은 다른 나라 돈으로 하니까, 환율이 움직이면 같은 물건인데 손에 들어오는 게 달라진다고요. 다만 그게 언제 얼마나 얹히는지, 그건 밖에서 알기 어렵대요.
저는 이 얘기를 듣고 나서 마음이 좀 편해졌어요. 무슨 일이 생겨서 흔들리는 게 아니라, 이 업종이 원래 그렇게 생겼다는 거니까요.
HBM이 뭔지 알아본 날이랑 이어지는 얘기였고, 뉴스에 수주라고 나오면 무슨 뜻인지 알아볼 때 들은 말이랑도 비슷했어요. 만드는 데 오래 걸리는 일은 다 어딘가 이렇더라고요.
지금 어떤 상태인지는 저는 몰라요. 저희가 알아낼 수 있는 건 이 회사가 어떤 판에서 일하나까지지, 그 다음은 아니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