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폰 한쪽을 빼고 계산하시던 손님이 계셨어요. 그때 새어 나온 노래가 두 시간 전 들어오실 때 들렸던 것과 같은 곡이었어요.
두 시간 동안 그 한 곡만 들으신 거예요. 그날 마감하고 저도 좀 생각해봤어요.
처음 듣는 곡은 어디로 갈지 모르잖아요. 다음이 궁금해서 귀가 계속 따라가야 해요. 그게 즐거울 때도 있지만, 힘이 남아 있을 때만 즐거워요.
반대로 아는 곡은 다음이 뭔지 아니까 귀가 쉬어요. 다 아는 길을 걷는 것과 같아서, 생각이 딴 데로 가도 안 잃어버립니다.
그래서 하루가 고단했던 밤에는 새로운 걸 못 들어요. 취향이 좁아진 게 아니라 그날 남은 힘이 딱 그만큼인 거예요.
가게 문 닫고 청소할 때 저는 늘 같은 걸 틀어요. 몇 년째 같은 앨범이에요.
의자 올리고 바닥 닦는 동안 무슨 노래가 나올지 알고 있으면 손이 알아서 움직여요. 그 시간엔 아무것도 안 고르고 싶거든요. 하루 종일 골랐으니까요.
손님들 계실 때 트는 건 또 달라요. 그건 제 취향이 아니라 그 자리에 맞는 걸 고르는 일이에요. 그러니까 마감 시간의 그 앨범은 하루 중 유일하게 저를 위해 트는 셈이에요.
한 곡을 반복해서 들으면 그게 배경이 돼요. 처음엔 노래를 듣다가, 나중엔 그 노래 위에서 생각을 합니다.
세 번째가 은근히 커요. 같은 곡이 열 번 돌면 사십 분쯤 지난 거니까, 밤에 시계를 안 봐도 됩니다.
저는 이렇게 봐요. 그 노래가 편안하면 계속 들으셔도 돼요. 그런데 노래가 끝날 때마다 마음이 처음으로 돌아가는 느낌이면, 그때는 좀 다릅니다.
같은 자리를 반복해서 밟고 있는 거예요. 그럴 땐 곡을 바꾸는 것보다 자리를 바꾸는 게 빨라요. 이어폰을 빼고 나와서 걷거나, 물 한 잔 마시거나요.
노래가 나를 데리고 가는 밤이 있고, 내가 노래를 붙잡고 있는 밤이 있어요. 둘은 다른 밤이에요.
그날 저는 무슨 노래냐고 여쭤봤어요. 좀 민망해하시면서 알려주시더라고요. 오래된 곡이었어요.
그러시면서 이 노래를 들으면 마음이 좀 가라앉는다고 하셨어요. 저는 그럼 잘 고르신 거라고 말씀드렸어요. 그런 곡을 하나 갖고 있는 사람은 밤을 덜 무서워하거든요.
돌려 듣는 게 부끄러운 일이 아니에요. 어떤 밤은 새로운 걸 만나는 밤이 아니라, 아는 걸 붙잡고 건너는 밤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