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시키시던 걸 드시다가 어제랑 다른 것 같다고 하신 손님이 계셨어요. 그러시면서 아니면 말고요, 하고 얼른 덧붙이셨어요.
아니지 않았어요. 그날 실제로 달랐거든요. 오늘은 만드는 쪽에서 뭐가 흔들리는지 말씀드릴게요.
같은 원두를 같은 기계로 내려도 매일 똑같이 안 나와요. 이게 커피의 성질이에요.
원두는 볶은 뒤로 계속 변합니다. 볶은 지 닷새 된 원두와 열흘 된 원두는 다르게 나와요. 같은 봉지 안에서도 첫날과 마지막 날이 달라요. 그래서 저희는 며칠에 한 번씩 기계 설정을 다시 잡습니다.
어제 맞춰둔 게 오늘도 맞는다는 보장이 없어요. 그래서 아침마다 한 잔을 뽑아서 마셔봐요.
이건 손님들이 잘 모르시는 부분인데, 습도가 커피를 꽤 흔들어요.
비 오는 날은 원두가 습기를 먹어서 물이 잘 안 통과해요. 그럼 평소보다 진하고 쓰게 나옵니다. 건조한 날은 반대고요. 그래서 비 오는 날엔 갈리는 굵기를 좀 굵게 바꿔요.
우유도 그래요. 냉장고에서 갓 꺼낸 우유와 조금 있다가 쓰는 우유는 거품이 다르게 잡혀요.
저희처럼 작은 가게도 사람이 바뀌는 시간이 있어요.
같은 기계, 같은 원두라도 손이 다르면 미세하게 달라져요. 물 붓는 속도, 우유를 붓는 각도 같은 거요. 그걸 최대한 맞추려고 기준을 정해두지만 완전히 같아지지는 않아요.
낮에 드시던 분이 밤에 오시면 다르다고 하시는 경우가 여기예요.
이것도 솔직하게 말씀드릴게요. 잔이 아니라 그날 컨디션이 달랐던 경우도 꽤 돼요.
그렇다고 손님이 틀렸다는 뜻은 아니에요. 그날 그 잔이 그렇게 느껴졌으면 그게 그날의 맛이니까요.
이 얘기를 하려고 오늘 이 글을 씁니다.
다르다고 느끼셨는데 말을 안 하시면 저는 모르고 지나가요. 그러다 며칠 뒤에 손님이 안 오시면, 저는 이유도 모른 채 한 분을 잃는 거예요.
말씀해주시면 그 자리에서 확인해요. 제 잘못이면 다시 만들어드리고, 원두가 넘어가는 시기면 그렇다고 말씀드립니다.
손님이 다르다고 하시면 대개 맞아요. 그 자리에서 매일 드셨으니까 저보다 잘 아세요.
그날 저는 다시 뽑아드리면서 설정을 다시 잡았어요. 원두가 넘어가는 시기였거든요.
손님은 미안해하셨는데, 저는 그 말이 반가웠어요. 그 한마디 덕분에 그날 이후 잔이 다 나아졌으니까요.
늘 드시던 게 다르게 느껴지시면 그냥 말씀하세요. 아니면 말고요를 안 붙이셔도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