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연속으로 같은 회색 후드를 입고 오신 손님이 계셨어요. 넷째 날에 들어오시면서 먼저 그러시더라고요. "저 이거 계속 입는 거 아니에요, 같은 게 두 개예요."
아무도 안 물어봤는데 먼저 말씀하신 거예요. 그 말이 며칠 마음에 남았어요.
옷은 있어요. 문제는 아침에 손이 늘 같은 데로 간다는 거죠.
저도 그래요. 앞치마 안에 입는 건 흰 긴팔 아니면 검은 긴팔이에요. 색을 두 개로 줄여놓으니까 아침에 고민하는 시간이 통째로 사라지더라고요.
처음엔 저도 이게 좀 성의 없어 보이나 싶었어요. 그런데 몇 달 지나고 보니 성의를 다른 데 쓰고 있었어요. 그날 뭘 준비할지, 누구한테 뭘 물어볼지 같은 데에요.
하루에 정해야 하는 게 생각보다 많아요. 몇 시에 나갈지, 점심에 뭘 먹을지, 이 메일에 뭐라고 답할지.
그게 하나씩은 작은데 쌓이면 저녁쯤 아무것도 고르기 싫어져요. 저는 그래서 마감하고 나면 메뉴를 못 골라요. 늘 먹던 걸 시킵니다.
그러니까 매일 같은 옷을 입는 건 아무것도 안 고르는 게 아니라, 고르지 않기로 미리 정해둔 것에 가까워요. 힘을 아껴서 다른 데 쓰는 방식이에요.
그래도 한 가지는 짚어보시면 좋아요. 편해서 그 옷을 입는 건지, 아니면 다른 옷을 입을 일이 없어서 그런 건지요.
이 둘은 겉으로는 똑같이 보이는데 안이 달라요. 앞엣것은 정리된 거고, 뒤엣것은 조금 줄어든 거예요. 만날 사람이 줄고 나갈 자리가 줄면 옷장도 같이 줄거든요.
저는 한 달에 한 번쯤, 아무 일 없어도 옷을 갖춰 입고 가게에 나가요. 손님이 알아보시는 것도 아닌데 제 걸음이 좀 달라져요.
그날은 이상하게 계산도 더 또박또박하게 하고, 인사도 한 마디 더 붙이게 되더라고요. 옷이 사람을 바꾸는 건 아닌데, 그날 나를 어떻게 대할지는 조금 바꿔주는 것 같아요.
매일 같은 옷을 입어도 괜찮아요. 다만 가끔은 나한테도 손님 대접을 해주세요.
저는 그날 이렇게 말씀드렸어요. 두 개 있으신 거 아무도 안 궁금해했다고요.
그랬더니 웃으시면서, 사실은 세 개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러곤 다음부터는 아무 말 없이 그 후드를 입고 오셨어요.
편한 걸 편하다고 말할 수 있는 게 저는 좋았어요. 매일 같은 옷을 입는 게 부끄러운 일이 되면, 집 밖에 나오는 일까지 같이 무거워지니까요. 그러니 오늘도 손 가는 대로 입고 나오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