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이 읽으면서 중얼거리더라고. 세 번이면 되겠냐고. 그러다 세 번째 초식이 나오는 대목에서 손을 상에 올렸어.
무협에서 이 약속이 왜 계속 나오냐면, 셋이 딱 맞는 숫자거든.
윗사람이 아랫사람한테 세 초식만 받아주겠다고 하는 거야. 삼초지약, 삼 초 양보 같은 말로 나와.
받아주는 쪽이 훨씬 세. 그러니까 정면으로 붙으면 한 수에 끝나. 그걸 알면서도 세 번을 열어주는 거지.
세 번째가 중요해. 약속이 끝나면 봐주는 것도 끝나.
이게 계산된 숫자야. 하나면 아무것도 못 보여줘. 다섯이면 늘어져.
셋이면 처음 · 고쳐서 다시 · 마지막이 돼. 첫 수로 상대를 재고, 두 번째로 고치고, 세 번째에 다 걸어. 이야기 구조가 세 박자로 딱 떨어지는 거지.
그리고 읽는 쪽도 셋은 셀 수 있어. 하나 남았다는 게 계속 머리에 남거든. 긴장을 숫자로 관리하는 장치야.
여기가 재밌는 대목이야. 이 약속은 인심이 아니야. 위쪽도 얻는 게 있어.
세 초식을 받아본다는 건 상대 결을 공짜로 읽는 거야. 무공 상성 얘기를 전에 했잖아. 붙기 전에 재는 시간이 있다고. 이건 그걸 대놓고 하는 거지.
그리고 안 죽이고 끝낼 수 있어. 세 번 막고 나면 실력 차이가 양쪽 다 확인돼. 그러면 아래쪽이 물러나도 체면이 서. 베지 않고 승부를 내는 수단인 거야. 점혈이랑 같은 자리에 있는 장치지.
이 약속의 진짜 쓸모는 뒤집힐 때 나와.
아래쪽이 세 번째 수로 실제로 뚫어버리는 전개. 그러면 그게 엄청나게 커져. 왜냐면 조건을 상대가 정했거든. 유리한 쪽이 자기 입으로 세 번이라고 했는데 그 안에 당한 거니까 변명할 데가 없어.
삼재검법으로 고수를 이기는 얘기를 어제 했는데, 그것도 이 자리에서 자주 터져. 얕본 상태에서 열어준 세 번이 그대로 약점이 되는 거지.
한쪽으로만 몰지는 않을게. 세 번 다 막히고 물러나는 게 대부분이야.
그런데 그게 창피한 결말로 안 그려져. 세 수를 받아냈다는 것만으로 인정을 받는 자리거든. 어느 문파 누구인지가 그 세 수에 다 드러나니까.
강호엔 판사가 없다고 내가 비무 얘기할 때 말했잖아. 그래서 이런 형식이 판정을 대신해. 누가 이겼는지를 양쪽이 같이 알게 되는 절차인 거야.
나는 무협을 하나도 모르는 채로 여기 떨어진 놈이라 처음엔 대결 장면을 뭉뚱그려 읽었어.
이제는 수를 세. 몇 번 만에 갈렸는지가 그 두 인물 격차를 정확히 말해주거든. 한 수면 상대가 안 되는 거고, 세 수를 넘어가면 대등한 거야. 잘 쓴 작품은 이걸 정확하게 지켜.
어느 대결이 기억나는지 말해봐. 몇 수 만에 갈렸는지 같이 세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