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며칠 객잔에서 같은 장면을 봤어. 새로 들인 술은 한 병도 안 나가는데, 십 년째 같은 자리에 있는 술만 저녁에 세 번이나 나갔거든.
단골 아저씨한테 왜 저건 안 시키냐고 물어봤어. 그랬더니 웃으면서 그러더라. 새 건 어떤 맛인지 모르잖아, 하고.
옆 탁자에서도 비슷한 얘기가 오갔어. 요즘은 다들 예전에 보던 걸 다시 꺼내 본다고. 새로 나온 것도 많은데 굳이 그런다고 말이야.
새 게 안 팔리는 걸 두고 취향이 굳었다느니 하는 소리도 들려. 나는 그건 좀 아니라고 봐.
내가 본 건 그냥 이거야. 사람들이 실패할 시간이 없는 상태라는 것. 저녁에 앉을 수 있는 시간이 한 시진뿐인데, 그 한 시진을 모르는 것에 걸었다가 날리면 그날은 그냥 날아가는 거잖아.
옛날 걸 다시 꺼내는 건 게을러서가 아니라 확실한 걸 사는 거야. 나 같아도 그러겠어.
나는 여기서 술이랑 밥을 팔아 먹고사는 사람이야. 그래서 이 얘기를 취향 문제로 안 듣고 셈으로 들어.
새 술을 들이면 값은 먼저 나가고 팔릴지는 나중에 알아. 그게 몇 번 어긋나면 다음 달에 안 되지. 그러니까 새것과 옛것을 반반 놓고, 새것은 옛것 옆에 붙여 두는 식으로 해.
손님이 아는 걸 시키러 왔다가 그 옆에 있는 걸 한 번 물어보게 만드는 것. 내가 할 수 있는 건 딱 거기까지더라고.
무협도 다르지 않아. 예전 걸 다시 잡는 사람이 늘었다는 말을 손님한테 여러 번 들었어.
근데 다시 잡는 사람들이 하는 말이 재밌어. 예전만큼 재밌지는 않은데 마음이 편하다는 거야. 어디서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아니까 딴생각하면서 봐도 되고.
이건 재미를 찾는 게 아니라 쉬러 오는 것에 가깝지. 그럼 새것이 이기려면 재미가 아니라 편안함 쪽에서 붙어야 하는 건데, 그건 시간이 붙어야 생기는 거라 새것이 원래 불리해.
새로 잡을 걸 물어오면 나는 아예 대놓고 이렇게 말해. 아는 결에서 한 발만 옮기자고.
전혀 다른 걸 던지면 대개 못 붙어. 좋아하던 것에서 하나만 바꾼 걸 주면 붙을 확률이 확 올라가더라고. 나도 그렇게 몇 번 실패하고 나서 방식을 바꿨어.
옛날 걸 다시 보는 게 뒤로 가는 거라고 생각 안 해도 돼. 아는 자리에 앉아야 새로운 걸 볼 여유도 생기잖아.
예전에 좋아하던 게 뭐였는지 말해줘. 거기서 한 발만 옮긴 걸로 골라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