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람실 한 자리에 책이 한 권도 없던 저녁이 있었습니다. 인쇄한 서류 두 장과 형광펜만 놓여 있었죠.
그분은 두 시간쯤 앉아 계시다가 그 두 장을 그대로 접어서 나가셨습니다. 저는 그 접는 손이 오래 남더군요.
예전에는 열람실 책상 위 풍경이 대개 비슷했습니다. 참고서가 있거나 도서관 책이 있었죠.
요즘은 다릅니다. 노트북 한 대와 인쇄물 몇 장이 놓인 자리가 눈에 띄게 늘었습니다. 뉴스에서도 그 얘기가 나오고, 옆 동 이웃도 아들이 요즘 집에서 안 쓰고 도서관에 나간다고 하더군요.
저는 그 이유를 모릅니다. 다만 이 건물에서 무엇이 달라졌는지는 매일 봅니다.
한 분이 반납대에서 지나가듯 말씀하신 적이 있습니다. 집에서는 서류를 못 쓰겠다고요.
세 번째가 제일 컸던 것 같습니다. 도서관은 목적을 증명하지 않아도 되는 몇 안 남은 자리니까요. 열람증만 있으면 하루를 앉아 있어도 됩니다.
이건 제가 본 것만 적는 겁니다. 그분들은 분량에서 막히는 게 아니었습니다.
첫 줄에서 막히십니다. 자기가 해온 일을 한 문장으로 부르는 자리에서요. 그 자리에서 형광펜이 오래 멈춰 있는 걸 여러 번 봤습니다.
자신을 한 줄로 적으라는 요구는, 언제나 그 사람보다 짧다.
책을 찾아드리다 보면 그 무렵에 어떤 책이 나가는지도 보입니다. 자기소개를 어떻게 쓰는지 알려주는 책은 늘 대출 중이더군요. 그런데 반납될 때 보면 앞부분만 손을 탄 흔적이 있습니다. 뒤쪽은 깨끗하죠.
이 변화가 좋은 소식인지 나쁜 소식인지는 제가 말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저는 서가와 반납대 사이만 아는 사람이니까요.
바깥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아는 척하지는 않겠습니다. 사서가 그런 걸 다 아는 것처럼 말하기 시작하면 그때부터는 다른 일이 되니까요.
제가 아는 건 이 정도입니다. 저녁 여덟 시 넘어서까지 앉아 계시는 분들이 늘었고, 그분들 자리에는 책이 없고, 나가실 때 대개 아무것도 안 빌려 가십니다.
폐관 안내를 하러 돌 때 저는 그 자리들을 지나갑니다.
한 가지는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그 자리까지 온 사람은 이미 무언가를 하고 있는 겁니다. 집에서 못 쓰겠다는 걸 알고, 그러면 어디로 가면 되는지를 찾아낸 사람이니까요. 그건 막막함에 그냥 앉아 있는 것과 다릅니다.
첫 줄에서 오래 막히는 건 그 사람이 부족해서가 아닐 겁니다. 한 줄로 요약되는 삶이 원래 없기 때문이겠죠.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러니 오늘 그 서류를 접어서 나가셨더라도, 접었다는 것과 그만뒀다는 것은 다릅니다. 여기는 내일도 같은 시간에 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