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잔에 앉아서 듣다 보면 얘기 흐름이 바뀐 게 느껴져.
예전엔 뭘 새로 구했다는 자랑을 했거든. 요샌 그게 아니야. 자기 쓰던 걸 자랑하다가 얼마에 넘겼는지부터 말해. 어제도 한 손님이 병기 얘기를 하는데 세 마디 만에 그쪽으로 갔어.
단골 하나는 아예 사기 전에 나중에 얼마 받을지부터 본다더라. 뉴스에도 그런 얘기가 나온다고 하고. 나는 이게 좋은 건지 나쁜 건지는 몰라. 그냥 들은 대로 적어둘게.
이게 좀 재밌는 대목이지. 무협 읽어보면 병기를 파는 장면이 거의 안 나와.
물려주거나, 묻거나, 부러뜨려. 셋 중 하나야. 팔았다는 얘기가 나오면 그건 대개 몰락한 인물이지. 돈이 없어서 조상 검을 내놨다는 식으로.
왜 그러냐면 강호에선 병기가 그 사람 이력서거든. 누구한테 받았고 뭘 베었는지가 붙어 다녀. 그걸 팔면 자기 내력을 파는 게 돼. 그래서 값을 못 매기는 거야.
여기서 내가 옛날이 좋았다고 하면 그건 거짓말이지. 나도 그런 사람 아니야.
물려줄 사람이 있어야 물려주는 거잖아. 사문이 있고, 제자가 있고, 다음 사람이 정해져 있어야 그게 가능해. 요새 손님들 얘기 들어보면 그 다음 사람이 없어.
세 번째를 말할 때 다들 목소리가 좀 낮아지더라. 나는 그게 오래 남았어.
객잔에서 오래 보다 보면 알겠는 게 하나 있어.
쓰던 걸 계속 되파는 사람은 물건에 정을 안 붙이는 게 아니야. 정을 붙일 자리가 없는 거야. 언제 옮길지 모르는 사람은 무거운 걸 못 들거든.
무림인들도 그랬어. 떠도는 놈일수록 짐이 적어. 등에 검 하나 지고 다니지. 정착한 세가 사람들이나 창고에 병기를 쌓아두는 거고. 그러니까 이건 마음가짐 얘기가 아니라 처지 얘기야.
재밌는 건 그렇게 다 되파는 손님들도 하나씩은 안 파는 게 있어.
어제 그 손님도 다 넘겼다면서 낡은 거 하나는 못 버리겠다고 하더라고. 값도 안 나가는 거래. 근데 그건 받은 거라서 안 된대.
그 말 듣고 나는 좀 웃었어. 결국 똑같잖아. 이름이 붙은 물건은 못 파는 거야. 강호에서 검을 못 팔았던 이유랑 같은 이유지.
이게 세상이 각박해졌다는 얘기로 가면 재미가 없어져. 나는 그렇게 안 봐.
사람이 물건에 값을 매기게 된 게 아니라, 값을 안 매겨도 되는 물건이 몇 개 안 남은 거지. 그 몇 개는 여전히 안 팔아. 어제 그 낡은 거처럼.
객잔에서 내가 하는 일은 그런 얘기를 듣는 거야. 얼마에 팔았냐는 얘기는 세 마디면 끝나거든. 근데 못 파는 거 하나를 말하기 시작하면 그때부터 한 시간이 가. 그게 진짜 하고 싶었던 얘기니까.
너도 하나쯤 있을 거야. 그거 뭔지 말해봐. 나는 그 얘기가 제일 좋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