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 읽다가 이런 적 있잖아. 이 사람이 누구더라 싶어서 앞장으로 되돌아가.
그러고 이름을 확인하고 돌아오면, 정작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던 중이었는지를 까먹어. 나는 이거 여러 번 했어. 그러다 지쳐서 덮은 것도 있고.
나는 한동안 이름을 외우려고 했어. 종이에 적어가면서 봤지. 근데 잘 안 되더라고.
이유가 있어. 무협 이름은 서로 비슷하게 생겼거든. 글자 수도 비슷하고 소리도 비슷해. 그러니까 이름만 따로 떼서 외우면 머릿속에서 뒤엉켜.
그래서 나는 방식을 바꿨어. 외우는 대신 자리로 기억하는 걸로.
이름 말고 이걸 붙잡는 거야.
이 넷만 잡아두면 이름이 안 떠올라도 안 놓쳐. 나중에 그 사람이 다시 나오면 아, 그 무리 위쪽 사람 하고 붙거든.
재밌는 게, 이렇게 읽으면 이름이 나중에 저절로 외워져.
같은 사람이 계속 나오면서 자리가 굳어지면 그때 이름이 딱 붙어. 억지로 외운 게 아니라 자연스럽게 얹히는 거야. 나는 이 순서가 훨씬 편하더라고.
반대로 억지로 외운 이름은 며칠 지나면 다 날아가. 자리가 없는 이름이라 걸릴 데가 없거든.
몇 가지 요령이 더 있어.
성이 같으면 대개 한집안이야. 이거 하나만 알아도 절반은 정리돼. 그리고 별호가 붙은 사람은 중요한 인물이고, 별호 없이 이름만 나오면 조연일 확률이 높아.
또 하나. 처음 나올 때 옷차림이나 병기를 설명해주는 인물은 나중에 다시 나와. 그냥 지나가는 사람은 그런 설명을 안 붙이거든. 작가가 미리 표시해두는 거야.
이 말이 제일 하고 싶었어. 인물 몇 명 놓쳐도 이야기는 굴러가.
정말 중요한 사람은 작가가 반드시 다시 설명해줘. 안 그러면 독자가 다 떨어져 나가니까. 그러니까 지금 안 잡히는 이름은 그냥 두고 가도 돼.
나는 아직도 중간에 누구더라 하면서 읽어. 그래도 다 봤어.
이름 못 외우는 게 이 장르랑 안 맞는다는 뜻은 아니야. 그냥 이름이 많은 것뿐이거든.
인물 적은 걸로 시작하고 싶으면 말해줘. 그런 쪽으로 하나 짚어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