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정리됐다고 세 번 말씀하신 분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무엇이 정리됐는지는 한 번도 안 나왔습니다.
마음은 분명히 놓여 계셨습니다. 다만 그 놓임이 어디서 왔는지가 안 보이더군요.
안심은 확인 뒤에 오는 상태입니다. 무엇이 어떻게 됐는지를 보고, 남은 위험이 뭔지 알고, 그 위에서 힘을 뺍니다.
방심은 확인 대신 오는 상태입니다. 보기가 힘들거나 귀찮아서 안 보고, 안 봤으니 나쁜 소식도 없고, 그래서 편해집니다.
몸에서 느껴지는 건 똑같습니다. 둘 다 어깨가 내려가고 숨이 길어지지요. 그래서 안에서는 못 가릅니다. 근거를 봐야 갈립니다.
저는 이럴 때 한 가지만 여쭙습니다. 지금 마음이 놓인 그 일에서 무엇을 확인하셨습니까.
세 번째가 중요합니다. 방심에는 대개 회피가 붙어 있습니다. 안 보기로 한 상태를 괜찮은 상태로 부르고 있는 겁니다.
여기서 오해가 자주 생깁니다. 방심을 성격 문제로 보시는 겁니다.
아닙니다. 방심은 대개 지쳤을 때 나옵니다. 확인하는 일에는 힘이 듭니다. 나쁜 소식이 나올 수 있으니 각오도 필요하지요. 그 힘이 남아 있지 않으면 사람은 확인을 건너뜁니다.
그러니 방심한 자신을 나무라시는 건 순서가 틀렸습니다. 왜 확인할 힘이 없었는지가 먼저입니다.
안심 쪽이면 할 일이 없습니다. 이미 보셨으니까요. 그 상태에서는 쉬시면 됩니다. 쉬는 것도 처리의 일부입니다.
방심 쪽이면 할 일이 하나 있습니다. 확인 한 개만 하는 겁니다. 전부 다 보라는 게 아닙니다. 제일 걸리는 항목 하나만 열어보시면 됩니다.
하나를 확인하면 그 하나에 대해서는 방심이 안심으로 바뀝니다. 나머지는 그대로 두셔도 됩니다. 전부 확인해야 한다고 생각하니까 아예 시작을 못 하시는 겁니다.
반대 방향도 있습니다. 이쪽이 더 자주 보입니다.
확인을 다 하고 마음을 놓았는데도 불안해하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이렇게 편해도 되나 싶어서 다시 열어보고, 또 열어보고요. 그건 방심이 아니라 안심인데 이름을 잘못 붙이신 겁니다.
이름이 틀리면 쉬어야 할 자리에서 계속 일하게 됩니다. 확인이 끝난 항목을 다시 여는 것은 확인이 아니라 반복입니다. 새 정보가 안 들어오니까요.
확인을 반복하느라 잠을 못 주무시거나 일상이 무너지고 있다면 그건 제가 다룰 수 있는 범위가 아닙니다. 그럴 때는 저 말고 전문가를 찾으셔야 합니다. 이름을 붙이는 일과 치료하는 일은 다릅니다.
저는 이름까지만 붙입니다.
지금 마음이 놓여 있는 항목을 하나 떠올려 보시죠. 그리고 무엇을 보고 놓았는지 한 줄로 적어보십시오.
적히면 안심입니다. 안 적히면 방심이고요. 어느 쪽이어도 나쁜 상태가 아닙니다. 다만 다음에 할 일이 다를 뿐입니다.
구분하면 할 일이 갈립니다. 그 한 줄이 적히는지만 보시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