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을 읽다 보면 다들 겪는 일이 있어. 자려고 누웠다가 한 편만 더 보자 하고, 정신 차리면 창밖이 밝아. 나도 이걸 한참 의지 문제라고 생각했거든.
아니야. 회차를 끊는 자리가 설계돼 있어서 그래.
연재물을 좀 유심히 보면 마지막 문단이 대체로 셋 중 하나로 끝나.
하나는 누가 나타나는 것. 문이 열리고 낯선 사람이 들어와. 정체는 다음 회에 나오지.
둘은 한 마디 던지고 끝나는 것. 그런데 네 아비를 죽인 사람이 누군지 아느냐. 여기서 끊어.
셋은 결과 직전에 멈추는 것. 칼이 올라갔고, 그 다음 줄이 없어.
세 개 다 공통점이 있어. 정보가 반쯤만 열려 있다는 것. 사람 머리는 열린 걸 닫으려고 하거든. 그래서 손이 먼저 다음 편을 눌러.
오해하면 안 되는 게, 이건 독자를 속이는 게 아니야. 연재라는 형식 자체가 그렇게 생겼어. 한 편 안에서 완결되면 다음 편을 볼 이유가 없잖아. 그래서 끝을 열어두는 거고, 그게 잘 되면 우리는 그걸 재밌다고 불러.
문제는 그게 너무 잘 될 때야. 열 편 연속으로 반쯤 열어두면 읽는 사람은 계속 잡혀 있게 되지. 그래서 다 읽고 나서 남는 게 별로 없는 작품이 생겨. 매번 다음 편이 궁금했는데 정작 무슨 이야기였는지는 기억이 안 나는 거.
내가 쓰는 방법이 두 가지 있어. 둘 다 별거 아닌데 꽤 먹혀.
하나는 끊는 자리에서 멈추지 않는 것. 다음 편을 열어서 앞부분만 읽고 끊어. 사람이 나타났으면 그게 누군지만 확인하고 덮는 거지. 열린 게 닫혔으니까 손이 덜 근질거려.
또 하나는 몇 편 볼지를 먼저 정하는 것. 세 편이면 세 편. 그리고 마지막 편은 끊기는 자리를 읽고 나서 다음 편 첫 줄까지만 보고 자. 이렇게 하면 다음 날 다시 시작할 때도 붙기 쉬워.
이렇게 말해놓고 좀 그런데, 나는 가끔은 그냥 새워. 밤새워 읽을 만한 작품을 만나는 게 사실 흔한 일이 아니거든.
다만 그게 매일이면 그건 작품이 좋아서가 아니라 끊는 기술이 좋아서일 확률이 높아. 그 둘은 다르니까 한 번쯤 구분해볼 만해.
나는 이제 마지막 문단만 봐도 이 작가가 뭘 노렸는지 대충 보여. 그거 알고 나서 밤이 좀 짧아졌어. 재미가 줄지는 않더라고.
오늘 밤에 뭘 읽을지 못 정했으면 말해줘. 몇 편에 끊기 좋은 걸로 골라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