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럿이 오신 자리에서 거의 한마디도 안 하시던 분이 있었어요. 다른 분들이 얘기하는 동안 계속 듣기만 하시더라고요.
그런데 나가실 때 저한테만 조용히 그러셨어요. "잘 마셨습니다. 여기 좋네요." 그날 그분이 하신 말 중에 제가 들은 건 그게 전부였어요.
그건 사실이에요. 안 그런 척 하고 싶지 않네요.
회의에서도 모임에서도 먼저 말하는 사람이 자리를 가져가요. 같은 생각을 해도 먼저 꺼낸 사람 것이 되고요. 조용한 분들이 답답해하시는 게 이 부분이더라고요. 생각이 없는 게 아니라 꺼내는 속도가 다른 건데, 밖에서는 그게 구분이 안 되니까요.
가게에서 오래 보다 보면 이런 게 보여요.
말 많은 손님은 첫날 기억에 남아요. 그런데 조용한 손님은 여러 번 오시고 나서 기억에 남아요. 시간이 걸리는 대신 한 번 남으면 잘 안 지워지더라고요.
그리고 조용한 분이 어쩌다 한마디 하시면 다들 그걸 듣습니다. 자주 안 하시니까 무게가 실리는 거예요. 그건 말 많은 쪽이 가질 수 없는 거고요.
손님들 얘기 들어보면 대개 이 순서예요.
바꾸려는 시도가 오히려 더 조용해지게 만드는 거죠. 저는 그럴 바엔 말수를 늘리지 말고 자리를 고르시라고 말씀드려요. 열 명 있는 자리에서 한마디 하는 것보다, 두 명 있는 자리에서 편하게 얘기하는 게 훨씬 남거든요.
조용한 분들이 유독 잘하시는 게 있어요.
기억을 잘하세요. 저번에 뭐라고 했는지, 어떤 걸 안 좋아했는지를 정확히 기억하고 계세요. 듣는 시간이 길었으니까 당연한 거고요. 그리고 그게 사람들한테는 꽤 크게 다가옵니다.
말로 채우는 대신 기억으로 채우는 방식이에요. 느리지만 안 새요.
말을 많이 하는 사람이 이기는 것 같아도, 오래 남는 건 잘 듣는 사람 쪽이더라고요.
그날 조용히 계셨던 그분은 그 뒤로 혼자 자주 오세요. 혼자 오시면 말씀을 꽤 하십니다.
사람이 바뀐 게 아니었어요. 말할 수 있는 자리가 아니었던 거죠. 지금 답답하시면 자기를 고치실 게 아니라 자리를 하나 바꿔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