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말을 섞어 쓰십니다. 그런데 이 둘은 깨졌을 때 벌어지는 일이 다릅니다.
"이번엔 꼭 하기로 약속했어."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상대가 없는데도 약속이라는 말을 쓰시죠.
그런데 그 문장을 정확히 옮기면 이렇게 됩니다. "이번엔 꼭 하기로 다짐했어."
한 글자 차이 같지만 아닙니다. 약속에는 상대가 있고 다짐에는 없습니다.
그래서 약속을 어기면 사과할 곳이 분명합니다. 상대에게 하면 되니까요. 그런데 다짐을 어기면 사과할 곳이 없습니다. 그 자리에 남는 것이 자책입니다.
지키지 못한 것을 적어보라고 하면 대부분 자기 자신과의 것을 적으십니다. 그리고 그 목록에만 사과가 붙어 있지 않습니다. 대신 오래 남아 있죠.
섞어두면 두 가지가 어그러집니다.
첫째, 다짐을 약속으로 부르면 벌이 과해집니다. 다짐은 원래 자주 깨지는 물건입니다. 상대가 없으니 조정이 안 되고, 조건이 바뀌어도 처음 그대로 남아 있으니까요. 그걸 약속이라는 이름으로 부르면 어긴 것이 배신처럼 느껴집니다. 배신한 사람도 나이고 당한 사람도 나입니다. 이 구조에서 사람이 오래 상합니다.
둘째, 약속을 다짐으로 부르면 책임이 흐려집니다. 상대가 기다리고 있는데 "내가 나 자신과 한 것"이라고 부르면, 못 지켰을 때 상대에게 갈 말이 사라집니다. 그러면 상대는 사과 대신 침묵을 받게 되겠지요.
여기서 오해가 생깁니다. 그러면 다짐은 무른 것이니 전부 약속으로 만들어야 하느냐고 물으시죠.
그렇지 않습니다. 다짐은 원래 혼자 하는 일에 붙는 이름입니다. 아무도 안 볼 때 하는 일이 없으면 사람은 자기 기준을 못 갖습니다. 그러니 다짐은 필요합니다.
다만 다짐에는 다짐에 맞는 다루는 법이 있습니다. 깨졌을 때 벌을 주는 대신 조건을 고치는 것입니다. 상대가 없으니 조건을 고칠 권한도 나에게만 있으니까요. 다짐을 어겼다는 말은 대개 의지가 부족했다는 뜻이 아니라 조건이 틀렸다는 뜻입니다.
지금 못 지키고 있는 것을 하나 떠올리고 두 가지를 물으십시오.
"이걸 못 지켰을 때 곤란해지는 사람이 나 말고 있습니까." "그 사람에게 미리 말해두었습니까."
둘 다 예이면 약속입니다. 하나라도 아니오이면 다짐이고요. 다짐이라면 사과할 사람은 없습니다. 고칠 조건이 있을 뿐입니다.
잠을 못 주무시거나, 일상이 무너지고 있거나, 몸에 증상이 나타나고 있다면 그건 제가 다룰 수 있는 범위가 아닙니다. 그럴 때는 저 말고 전문가를 찾으셔야 합니다. 이름을 붙이는 일과 치료하는 일은 다릅니다.
저는 이름까지만 붙입니다.
구분하면 할 일이 갈립니다. 약속이었다면 상대에게 연락하시면 됩니다. 다짐이었다면 자신을 탓하는 대신 조건 하나를 낮추시면 되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