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반납하시면서 손이 떨리는 게 보이길래 괜찮으시냐고 여쭸어요. 그분은 웃으면서 괜찮다고 두 번 말씀하시고 나가셨습니다. 두 번 말하는 걸 저는 오래 생각했어요.
괜찮은 척은 대부분 거짓말이 아니더군요. 그냥 제일 빨리 나오는 대답일 뿐입니다.
괜찮다고 말하는 데는 이유가 있어요. 설명하려면 길고, 길게 말해봐야 상대가 다 못 받아주고, 받아주지 못하면 더 외로워지니까요. 그러니 짧게 닫는 편이 손해가 적습니다.
이건 약해서 생긴 습관이 아니라 계산이 끝난 습관이더군요. 문제는 계산이 너무 잘 맞아떨어져서, 나중에는 계산 없이 자동으로 나온다는 겁니다.
여러 번 반복하면 그 말이 나 자신에게도 통보처럼 작동해요. 무엇이 힘든지 들여다보기 전에 상황이 종료되죠. 그러면 상태를 점검할 기회 자체가 사라집니다.
저는 이게 이 습관의 진짜 비용이라고 봅니다. 남이 나를 모르게 되는 것보다, 내가 나를 모르게 되는 쪽이 크더군요.
스스로에게 묻지 않는 자는, 자기 안에서 손님이 된다.
그렇다고 아무에게나 다 말하라는 얘기는 아니에요. 저는 오히려 반대로 권합니다. 대상을 늘리지 말고 딱 한 군데만 두세요. 사람이든 종이든 상관없습니다.
거기서만 정확하게 말해보는 겁니다. 괜찮지 않다, 어디가 어떻게 안 괜찮다. 이 정도만 적어도 상태가 손에 잡히더군요. 나머지 자리에서는 계속 괜찮다고 해도 됩니다.
괜찮은 척이 습관이 됐다면, 그 습관을 없애려 애쓰지 않아도 됩니다. 그건 오래 나를 지켜준 방식이니까요. 대신 정확하게 말하는 자리를 딱 하나만 만들어 두세요.
어디까지 열고 어디서 닫을지, 그 선은 남이 정해주지 않더군요. 내가 그어야 내 것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