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자를 쓰고 들어오신 분이 있었어요. 자리에 앉으시고는 벗으시더니 나가실 때 다시 쓰시더라고요.
그날 저한테 웃으면서 그러셨어요. 자르러 가야 하는데 두 달째라고요. 저는 그 말이 남의 얘기 같지 않았거든요.
이걸 게으르다고 말하기가 좀 그래요. 자르기 싫으신 게 아니거든요.
거울 볼 때마다 자르긴 해야겠다고 생각하세요. 그런데 정작 예약을 잡는 데서 멈추십니다. 언제 갈지 정하고, 어디로 갈지 정하고, 가서 뭐라고 말할지도 정해야 하니까요.
하나의 일이 아니라 세 개의 결정인 거예요. 그러니 피곤한 날에는 그냥 다음으로 넘어가죠.
여기가 좀 얄궂은 부분이에요.
두 달이 지나면 원래 모양이 다 사라져 있잖아요. 그러면 가서 어떻게 해달라고 말하기가 더 어려워져요. 짧게 잘라달라고만 하기엔 아쉽고, 설명하자니 말이 길어지고요.
그래서 미룰수록 가기가 더 어려워지는 구조예요.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편해지는 게 아니라 반대로 가는 셈이죠.
가게 하면서 배운 게 있는데 이건 커피랑 똑같아요.
손님들이 새 카페에 처음 들어오시는 걸 어려워하세요. 뭘 시켜야 할지, 자리가 어딘지, 오래 앉아도 되는지 아무것도 모르시니까요. 그래서 늘 가던 데만 가시죠.
머리도 그런 것 같아요. 다니던 데가 없어졌거나 이사를 하셨으면 그때부터 미루기 시작하시더라고요. 게으른 게 아니라 처음이 부담스러운 것뿐이에요.
제 방법이 정답은 아닌데 그냥 적어볼게요.
세 번째가 저한테는 제일 컸어요. 잘 나와야 한다고 생각하니까 못 가겠더라고요. 어차피 다시 자랄 걸 생각하면 한 번쯤 마음에 안 들어도 되잖아요.
밤에 오시는 분들 보면 미뤄둔 게 하나만 있는 경우가 드물어요.
머리를 못 자르고 계신 분은 대개 다른 것도 몇 개 밀려 있으세요. 서류 하나, 전화 한 통, 고쳐야 할 물건 하나요. 그게 각각 어려운 게 아니라 정하는 일 자체가 다 떨어져 있는 상태인 거죠.
그럴 때 저는 제일 쉬운 것부터 하나만 해보시라고 말씀드려요. 하나가 끝나면 다음 게 이상하게 가벼워지더라고요.
그분은 그다음 주에 자르고 오셨어요. 모자 없이요.
별말씀은 안 하셨는데 저는 바로 알아봤어요. 자르고 오신 분들은 앉는 자세부터 다르거든요. 뭐가 대단히 달라진 것도 아닌데 그날 하루는 좀 편해 보이세요.
두 달을 미루셨어도 결국 가신 거잖아요. 저는 미룬 기간보다 그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오늘 하나 해치우고 오셨으면 그 얘기 듣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