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획은 잘 세우는데 시작이 안 되시죠. 저는 그 이유가 게으름이 아니라고 봐요.
계획을 세우는 동안은 실패하지 않기 때문이에요. 시작하는 순간부터 잘하고 못하고가 생기잖아요.
노트에 적는 동안은 다 잘될 것 같아요. 아직 아무것도 어긋나지 않았으니까요.
그런데 시작하면 첫날부터 어긋나요. 생각보다 시간이 없고 체력도 없고요. 그 어긋남을 보기 싫으니까 다시 계획으로 돌아가게 됩니다. 계획을 고치면 다시 완벽해지거든요.
그래서 계획만 자꾸 정교해지고 시작은 계속 미뤄져요. 저도 몇 년 그랬습니다.
카운터에서 얘길 들어보면 계획이 다들 너무 커요.
그래서 저는 첫 주는 우스울 만큼 작게 잡으시라고 말씀드려요. 하루 5분이나 한 페이지 정도로요. 작으면 실패할 수가 없어서 계획으로 돌아갈 일이 없어집니다.
가게 열 때 저는 계획을 아주 촘촘하게 세웠어요. 메뉴도 인테리어도 다요.
그런데 문 열고 사흘 만에 절반이 틀어졌습니다. 손님이 제가 예상한 걸 안 시키셨거든요. 그때 알았어요. 계획은 시작 전에 완성되는 게 아니라 하면서 고쳐지는 거라고요.
지금도 저는 계획을 오래 안 붙잡습니다. 대신 작게 해보고 안 되면 그때 바꿔요. 이게 성격이 좋아서가 아니라 여러 번 데어서 그렇게 된 거예요.
계획을 정리하신다며 매번 새 노트를 사 오셨어요. 예전 노트는 안 펴보시더라고요.
어느 날 제가 여쭤봤어요. 지난 노트엔 뭐라고 적혀 있냐고요. 기억이 안 난다고 하셨습니다. 그다음부터 그분은 노트를 안 사시고 그냥 하시더라고요.
계획이 늘어나는 건 준비가 되어간다는 뜻이 아니라, 시작이 무섭다는 신호일 때가 많아요.
오늘 뭔가 시작하고 싶으시면 계획은 세 줄만 쓰세요. 나머지는 하면서 채우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