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빌리지 않고 필요한 쪽만 찍어 간다는 얘기를 손님한테서 들었습니다. 뉴스에서도 비슷한 말을 봤다고 하시더군요.
한 분이 여덟 쪽을 연달아 찍으셨습니다. 그러고는 책을 펼쳐둔 채로 나가셨어요.
저는 그 책을 덮어서 제자리에 꽂았습니다. 그러면서 잠깐 서 있었죠. 그분은 필요한 것을 다 가져가셨는데, 무언가가 그 자리에 남아 있는 것 같았습니다.
나무라려는 게 아닙니다. 저도 급할 때 그렇게 합니다. 다만 찍는 일과 읽는 일이 어떻게 다른지는 한 번 생각해볼 만하더군요.
이건 꽤 알려진 얘기죠. 기록해두면 기억하지 않아도 된다고 판단합니다.
그래서 사진첩에는 쌓이는데 머리에는 안 남는 일이 생깁니다. 저도 찍어둔 쪽을 다시 열어본 적이 거의 없더군요.
찍는 것은 읽기를 나중으로 미루는 일입니다. 그런데 그 나중은 대개 오지 않죠.
여기서 편을 가르고 싶어집니다. 저는 그러지 않으려 합니다.
책을 통째로 빌려서 한 쪽만 보고 반납하는 일도 흔합니다. 필요한 곳만 가져가는 게 무례한 것도 아니고요. 열람실까지 와서 그 책을 펼친 사람은 이미 상당히 애쓴 사람입니다.
다만 찍은 다음에 무엇을 하느냐가 남습니다. 그 사진이 읽기로 이어지면 도구고, 거기서 끝나면 안심하는 장치입니다.
저는 이렇게 씁니다.
두 번째는 짧게라도 옮겨 적습니다. 한 줄이면 충분하고요. 옮겨 적은 것은 며칠 뒤에도 떠오르는데, 찍은 것은 찍었다는 사실만 떠오르더군요.
가져온 것과 지니게 된 것은 같은 말이 아니다.
지금 사진첩에 안 본 쪽이 쌓여 있다면, 그건 게으름의 증거가 아닙니다. 그때 그것이 필요하다고 느낀 순간이 있었다는 기록이죠.
다만 그 순간들은 지금 잠들어 있습니다. 오늘 그중 한 장만 열어서 끝까지 읽어보십시오. 한 장이면 됩니다.
읽고 나면 지우셔도 좋겠죠. 지워도 남는 것이 있으면 그건 제대로 읽은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