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았는데도 못 바꾸는 물건, 하나쯤 있으시죠. 저는 그게 이상한 일이 아니라고 봐요.
가게에도 그런 게 있어요. 오늘은 그 얘기를 해드릴게요.
돈 문제라면 새로 사면 그만입니다. 그런데 안 바꾸시잖아요.
대개 그 물건에 시간이나 사람이 붙어 있어서 그래요. 누가 준 거거나, 어떤 시기를 같이 지난 거거나요. 물건을 바꾸면 그게 같이 정리되는 느낌이 들어서 손이 안 가는 거죠.
그러니까 못 바꾸는 게 미련이 아니라 기록에 가까워요. 저는 이렇게 정리하고 나서 좀 편해졌어요.
몇 개만 적어볼게요.
저울은 진작 바꿨어야 했어요. 그런데 그거 보면 처음 몇 달이 생각나서 계속 두고 있어요. 효율로 보면 말이 안 되는 짓이에요.
저는 두 가지를 나눠서 봐요.
쓰면서 못 바꾸는 것과 안 쓰면서 못 버리는 것은 다릅니다. 앞쪽은 그냥 두시면 되는 거예요. 뒤쪽은 자리를 차지하면서 마음도 같이 차지하고요.
저는 안 쓰는 건 상자 하나에 모아둬요. 버리진 않고요. 그러면 눈에 안 보이면서도 없어지진 않아서, 그 정도가 저한테는 딱 맞더라고요.
손잡이가 깨진 텀블러를 테이프로 감아 쓰시더라고요. 새로 사시지 그러냐고 여쭤봤어요.
첫 직장 들어갈 때 부모님이 사주신 거라고 하셨어요. 그 회사는 이미 그만두셨는데 텀블러는 남은 거죠. 그 말을 듣고는 더 권하지 못했어요.
못 바꾸는 물건이 하나쯤 있다는 건, 그만큼 뭔가를 오래 지나왔다는 뜻이에요.
오늘 그 물건 눈에 들어오시면 굳이 정리 안 하셔도 돼요. 아직 쓰고 계시면 그건 현역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