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만에 다시 오신 분이 있었습니다. 예전 기록이 그대로 남아 있었어요.
그런데 그날 빌려 가신 책은 예전 목록과 완전히 다른 쪽이었습니다. 같은 사람인데 읽는 게 달라져 있더군요.
매일 보는 사이에서는 변화가 안 보입니다. 너무 천천히 바뀌니까요.
오랜만에 만나면 그 몇 년치가 한 번에 옵니다. 그래서 갑자기 변한 것처럼 느껴지는 거죠. 사실은 그동안 계속 바뀌고 있었던 겁니다.
우리는 마지막으로 본 모습을 저장해 둡니다. 그리고 다시 만날 때 그 저장본과 비교하죠.
그러니 낯선 게 당연합니다. 상대는 몇 년을 더 살고 왔는데 내 쪽 기록은 멈춰 있으니까요. 대출 기록이 몇 년 전에서 끊겨 있는 것과 비슷하더군요.
변한 사람을 보고 놀라는 자는, 자기 안의 그 사람이 멈춰 있었음을 함께 본다.
예전 같지 않다고 느낄 때, 그 기준은 내가 정해둔 예전입니다. 상대가 그 기준에 동의한 적은 없고요.
그래서 저는 오랜만에 본 사람에 대해 판단을 좀 미룹니다. 한 번 만나고 알 수 있는 게 생각보다 적더군요.
상대 쪽에서도 저를 몇 년 전 모습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쪽도 낯설었을 거예요.
그렇게 보면 어느 한쪽이 변한 게 아니라 둘 다 움직인 겁니다. 그 사실을 인정하면 서운함이 꽤 줄어듭니다.
예전 얘기만 하다 끝나는 자리도 있죠. 그때가 좋았다는 말만 반복되면 지금의 두 사람은 아무 얘기도 못 하고 헤어집니다. 저는 그런 자리가 조금 아깝더군요.
그분은 그 뒤로 매주 오십니다. 저는 예전 기록은 이제 안 봅니다. 지금 무엇을 빌려 가시는지가 그분이니까요.
관계를 예전에 맞출지 지금에 맞출지는 내가 정하는 일입니다. 저는 지금 쪽을 고르기로 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