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게에 진동벨을 들인 게 몇 해 됐어요. 그전에는 제가 큰 소리로 불렀어요.
지금은 벨이 울리고 손님이 오세요. 편해졌는데, 편해진 만큼 없어진 것도 있더라고요. 오늘은 그 얘기를 해드릴게요.
예전엔 주문받으면서 성함을 여쭤봤어요. 그래야 부를 수 있으니까요.
지금은 안 여쭤봐요. 번호가 붙으니까 이름이 필요 없어졌거든요. 그러다 보니 몇 달을 오신 분인데 뭐라고 부르는지 모르는 경우가 생겨요.
이웃 가게 사장님도 같은 얘기를 하시더라고요. 진동벨 들이고 나서 손님 이름을 하나도 안 외우게 됐다고요.
받는 쪽 얘기를 물어보면 대부분 번호가 낫다고 하세요.
두 번째를 의외로 많이 들어요. 가게가 시끄러우면 자기 차례를 놓칠까 봐 계속 카운터를 보고 계셔야 했거든요. 그게 은근히 피곤한 일이었던 거예요.
이게 좀 재밌는 부분이에요. 벨이 울려서 받으러 오시면서 죄송하다고 하시는 분이 꽤 많아요.
늦게 온 것도 아니고 바로 오셨는데도요. 벨이 울렸는데 내가 늦게 왔다는 감각이 생기는 것 같아요. 예전에 이름을 불렀을 때는 안 그러셨거든요. 사람이 부르면 대답을 하는데, 기계가 부르면 사과를 하시더라고요.
번호로 부르면 그 사람이 누구였는지가 안 남아요.
이름을 부르면 그 순간 눈이 마주쳐요. 성함이 특이하면 한마디 붙게 되고요. 그게 쌓이면 다음번에 알아보게 돼요. 번호에는 그 자리가 없어요.
그래서 저는 요즘 다른 걸로 그 자리를 메워요. 벨을 가져다주실 때 한마디를 하거나, 잔을 드리면서 눈을 한 번 마주쳐요. 부르는 자리가 없어졌으니 다른 데서 만들어야 하더라고요.
번호가 나쁘다는 얘기를 하려는 건 아니에요. 저는 안 되돌릴 생각이에요.
혼자 오시는 분들한테는 이게 훨씬 편해요. 이름 불리는 게 싫어서 카페를 피하시던 분도 계셨거든요. 그런 분이 편하게 오실 수 있게 된 건 확실히 얻은 거예요.
편해진 만큼 얇아지는 건 어쩔 수 없어요. 대신 그 얇아진 자리를 어디서 채울지는 정할 수 있더라고요.
이름은 몰라도 얼굴은 알아요. 뭘 시키시는지도 알고요.
늘 뜨거운 걸 시키시는 분, 얼음을 적게 달라고 하시는 분, 창가 자리만 앉으시는 분. 번호는 그날 순서일 뿐이고, 저한테 남는 건 그런 것들이에요.
그러니까 벨 받으러 오시면서 죄송하다고 안 하셔도 돼요. 저는 번호를 부른 게 아니라 그냥 준비됐다고 말한 거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