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고르지 못하고 서가 앞에 한참 서 있는 분들이 있어요. 뭘 읽고 싶은지 모르겠다면서요. 얼마 전 한 분은 이렇게 말했어요. "읽고 싶은 게 없는 게 아니라, 뭘 읽고 싶은지 자체를 모르겠어요."
저는 그 말이 요즘 많은 사람의 상태 같더군요. 하고 싶은 게 없다는 것. 그런데 정말 욕망이 사라진 걸까요, 아니면 원래 내 것이 아니었던 걸까요.
한때는 분명 뭔가를 간절히 원했을 거예요. 좋은 학교, 좋은 자리, 남들이 부러워하는 것들. 그런데 그걸 이루거나 포기한 뒤에 텅 빈 느낌이 온다면, 생각해볼 게 있어요. 그게 정말 내가 원한 것이었나.
우리는 자라면서 수많은 "너는 이걸 원해야 한다"를 받아 안습니다. 그걸 내 욕망으로 착각한 채 달려요. 그 빌린 욕망이 다하면, 마치 내 안에 아무것도 없는 것처럼 느껴지죠.
낙타는 무거운 짐을 지고 사막으로 간다. "너는 마땅히 해야 한다"는 짐을. 그러나 가장 고독한 사막에서, 낙타는 사자가 되려 한다.
하고 싶은 게 없다는 감각은, 사실 빌린 욕망이 너무 오래 자리를 차지한 결과일 때가 많아요. 남의 기준으로 살다 보면 내 것이 낄 자리가 없거든요.
그러니 지금의 공백은 끝이 아니라 자리가 비워진 상태예요. 무언가가 사라진 게 아니라, 새로 들일 공간이 겨우 생긴 거죠. 그 빈자리를 급하게 다시 남의 것으로 채우지만 않으면 돼요.
저는 원하는 게 없다는 분들께 이렇게 말해요. 뭘 원하는지 찾기 전에, 그동안 원한다고 믿었던 것들 중 빌린 것부터 내려놓아 보자고요.
내려놓고 나면 처음엔 더 허전해요. 그런데 그 빈자리에서, 아주 작고 사소한 끌림이 하나씩 올라옵니다. 아무 이유 없이 눈이 가는 것, 시간 가는 줄 모르는 것. 그게 빌린 게 아닌 내 것의 신호예요. 원하는 걸 남이 정해주길 기다리지 말고, 그 작은 끌림에서 내가 원하는 것을 내가 정하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