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손님 하나가 들어왔는데 아무것도 안 묻더라고. 화면을 세 번 확인하고 그냥 나갔어.
그러고 십 분 뒤에 반대쪽 문으로 다시 들어왔어. 헤맨 거지. 나한테 물어봤으면 삼십 초면 끝났을 일이야.
기분 나쁘진 않아. 다들 그러니까. 단골 하나는 아예 사람한테 묻는 게 실례라고 하더라. 뉴스에도 비슷한 얘기가 나온다고 하고.
이게 좀 재밌는 대목이야. 무협 읽어보면 길 묻는 장면이 계속 나오거든.
지도가 없어. 있어도 대충 그린 거고. 그러니까 어디를 가려면 누구한테 물어야만 했어. 나루터가 어디냐, 그 문파가 어느 산이냐, 그 사람이 아직 거기 사냐.
그래서 무협에서 길을 아는 놈은 그 자체로 힘이 있었어. 개방이 왜 무서웠겠어. 거지들이 길을 다 알고 있었으니까. 정보가 곧 사람 사이에만 있었던 거야.
여기가 핵심인데 그 물음에는 대가가 있었어.
물어보는 순간 나는 어디로 가는지를 말한 게 돼. 그러면 그 사람이 내 행선지를 아는 거지. 그게 나중에 뒤를 밟히는 계기가 되기도 해. 무협에서 길 물어본 뒤에 일이 꼬이는 전개가 괜히 나오는 게 아니야.
그래서 무림인들은 묻긴 묻되 다 말하지는 않았어. 어디까지만 묻고 나머지는 자기가 알아냈지. 묻는 것도 기술이었던 거야.
근데 지금은 사정이 다르잖아. 물어볼 필요가 없어졌어. 화면이 다 알려주니까.
그러면 안 묻는 게 당연한 거야. 나는 이걸 각박해졌다는 얘기로 안 봐. 손님들 말 들어보면 이유가 대충 이래.
세 번째가 제일 정직한 이유 같더라. 실제로 사람 답은 틀릴 때가 있거든.
여기서 내가 하고 싶은 말이 있어. 아까 그 손님이 헤맨 이유가 뭐였냐면, 공사 중이라 길이 막혀 있었어.
화면에는 그게 안 떠. 어제부터 막혔거든. 나는 아침에 지나가봐서 알아. 이런 건 그 자리에 있는 놈만 알아.
무협도 똑같아. 지도에 나온 길이랑 실제로 갈 수 있는 길은 달라. 다리가 끊겼거나, 그 산에 지금 누가 진을 치고 있거나. 그래서 물어봐야 했던 거야. 최신 정보는 늘 사람 입에만 있었어.
객잔 하는 놈이 길을 안 알려주면 그건 문 닫은 거랑 같아. 그래서 나는 요새 아예 먼저 말해.
나가려는 손님한테 어디 가냐고 묻고, 그쪽 막혔다고 알려줘. 대개 놀라더라. 안 물어봤는데 알려준다고.
가끔 그 한마디에 얘기가 붙는 손님이 있어. 그러면 그날 밤이 길어져. 길 하나 알려준 걸로 한 시간을 떠들기도 해. 나는 그게 좋아서 객잔을 하는 거야.
무협에서 제일 오래 가는 인물이 누구냐면 잘 묻는 놈이야. 진짜야.
아는 척하는 놈은 대개 초반에 죽어. 모르는 걸 모른다고 하고 물어보는 놈이 끝까지 가더라고. 나도 무협을 하나도 모르는 채로 여기 떨어져서 계속 물어보고 다녔거든. 그래서 아직 살아 있는 것 같아.
너도 헤매면 그냥 물어봐. 나한테든 누구한테든. 뭘 물어봐야 할지 모르겠으면 그냥 와. 내가 먼저 물어볼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