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하시는데 목이 잠긴 소리가 나서 손님이 스스로 놀라신 적이 있어요. 헛기침을 두 번 하시고 다시 말씀하시더라고요.
그날 처음 낸 소리였던 거예요. 오후 늦은 시간이었어요. 오늘은 그 얘기를 해볼게요.
말을 한마디도 안 하고 하루가 가는 게 특별한 일이 아니에요.
혼자 사시면서 집에서 일하시는 분, 쉬는 날에 아무 데도 안 나가신 분, 아침에 나가서 밤에 들어오는데 그사이에 말 걸 사람이 없는 분. 카운터에서 보면 이런 분들이 꽤 계세요.
메시지는 하루 종일 주고받으셨을 거예요. 그런데 그건 목소리를 안 쓰잖아요. 손가락으로 하는 말과 입으로 하는 말은 몸이 다르게 받아요.
이게 신기해요. 머리는 모르는데 목이 먼저 알려줘요.
오래 안 쓴 목은 첫소리가 갈라져요. 그때 아, 오늘 말을 안 했구나 하고 알게 되는 거예요. 저도 쉬는 날 저녁에 그럴 때가 있어요. 배달 오신 분한테 감사합니다 하는데 소리가 이상하게 나와요.
먼저 이 말씀부터 드리고 싶어요. 말을 안 한 날이 잘못된 날은 아니에요.
조용한 게 편한 사람이 있어요. 하루 종일 아무 말 안 하고 지내다가 저녁에야 개운해지는 분들도 있고요. 그런 날은 그냥 그런 날이에요.
문제가 되는 건 그게 원해서인지 아닌지예요. 조용히 있고 싶어서 조용했던 날과, 말할 사람이 없어서 조용했던 날은 다르거든요. 이 둘은 겉으로 똑같이 보여요.
저녁에 목이 잠긴 걸 알아차렸을 때 어떤 기분이 드는지 보시면 돼요.
두 번째면 저는 밖에 나가요. 굳이 누굴 만나러 가는 게 아니라 아무 데나 가서 말을 한 번 하고 와요. 편의점에서 봉투 필요하다고 하는 거라도요. 그거면 하루가 좀 닫히더라고요.
가게에 오셔서 아메리카노 한 잔이요, 하시는 것도 말이에요.
그걸 별거 아니라고 생각하실 수 있는데, 그날 유일하게 낸 소리인 분들이 계세요. 저는 그래서 주문받을 때 한마디를 더 붙여요. 날이 좀 풀렸죠, 같은 거요. 대답 안 하셔도 되고요.
그게 오지랖일까 봐 조심스러웠던 때가 있었는데, 몇 해 하다 보니 알겠더라고요. 부담스러워하시는 분은 눈을 안 마주치세요. 그럼 저도 거기서 멈춰요.
말 걸어주는 사람이 하나쯤 있으면 하루가 좀 달라져요. 대단한 대화가 아니어도 그래요.
목소리가 이상하다고 스스로 웃으시더라고요. 저는 물 한 잔을 먼저 드렸어요.
그러시더니 오늘 처음 말한 거라고 하셨어요. 저는 그럼 잘 오셨다고 했어요. 다른 말은 안 했어요.
계산하시고 나가시면서 안녕히 계세요, 하시는 목소리는 처음보다 훨씬 또렷했어요. 그거면 된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