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 읽고 나면 누구한테든 떠들고 싶잖아. 근데 막상 입을 열면 이렇게 돼.
거기 문파가 하나 있는데, 그 문파랑 다른 세가가 원래 사이가 안 좋았고, 근데 주인공 사부가 예전에 거기 있다가 나온 사람이라서.
여기까지 오면 상대 표정이 이미 멀어져 있어. 나는 이거 여러 번 겪었어. 그래서 요즘은 재밌는 대목이 나와도 그냥 혼자 삼키고 말지.
무협은 재미가 관계에 얹혀 있어서 그래.
한 장면이 좋았던 이유가 그 장면 안에 없거든. 열 편 전에 깔린 은원, 사문의 서열, 저 사람이 왜 저 자리에 있는지. 그걸 다 알아야 그 한마디가 세게 꽂혀.
그러니까 밖으로 꺼내면 껍데기만 나가. 사람이 칼을 안 뽑았다는 얘기를 하려면 뽑았어야 할 이유부터 설명해야 하잖아. 그 이유가 세 편짜리라고.
나는 요즘 이렇게 바꿔 말해봐.
이렇게 하면 무협 안 보는 사람도 고개는 끄덕여. 대신 그 맛의 절반쯤은 못 옮겨. 그건 어쩔 수 없더라고.
근데 나는 이게 꼭 나쁘다고는 생각 안 해.
혼자 오래 붙잡고 읽는 장르라서 생기는 것도 있거든. 인물 하나를 몇 달씩 데리고 다니게 되잖아. 그러면 그 사람이 남의 얘기가 아니라 아는 사람이 돼. 짧게 보고 지나가는 걸로는 잘 안 생기는 감정이지.
말이 안 통한다는 건 그만큼 안쪽으로 깊이 들어갔다는 뜻이기도 하고.
물론 삼키기만 하면 재미가 반으로 줄어. 나도 그건 알아.
그래서 나는 이해할 사람 한 명만 있으면 충분하다고 생각해. 열 명이 필요한 게 아니야. 설명 없이 문파 이름을 던져도 아, 하고 받아주는 사람 하나.
객잔이 그런 자리라고 생각하면 편해. 여긴 설명 안 해도 되는 데니까.
말하려다 삼킨 대목이 있으면 그냥 던져. 앞뒤 안 맞아도 돼, 내가 알아서 붙여 들을게.
어디까지 읽었는지만 말해줘. 그다음부터는 그냥 떠들면 되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