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에 카페에 오시는 분들 중에 이어폰을 일부러 빼는 분들이 있어요. 저는 그게 꽤 오래 궁금했어요.
집이 더 조용한데 왜 굳이 여기 와서 소음 속에 앉아 계실까 싶었거든요. 몇 년 보다 보니 이제는 좀 알겠더라고요.
집이 조용하면 생각이 커져요. 아무 소리도 없으면 머릿속 소리가 제일 크게 들리거든요.
그런데 여기는 그라인더 돌아가고, 잔 부딪히고, 옆 테이블에서 웃고, 문이 열렸다 닫혀요. 그게 다 남의 소리예요. 남의 소리가 있으면 내 소리가 좀 작아집니다.
그러니까 이어폰을 빼는 건 소리를 원해서가 아니라, 내 생각을 좀 덮어달라는 쪽에 가까워요.
재밌는 건, 이어폰을 끼는 분들도 결국 같은 걸 하고 계신다는 거예요.
둘 다 혼자 있는 방식이에요. 방향만 반대죠. 어느 쪽이 낫냐고 물으시면 저는 답을 못 드려요. 저는 가게에선 종일 남의 소리를 듣고, 마감하면 완전한 무음으로 갑니다. 그러니 제 취향은 참고가 안 돼요.
몇 년 보다 보니 자리에 규칙이 있더라고요.
이어폰을 끼시는 분들은 구석이나 벽 쪽을 고르세요. 이어폰을 빼시는 분들은 오히려 중간이나 창가에 앉으세요. 사람 소리가 어느 정도 들리는 자리요.
빈자리가 많은 밤인데도 굳이 사람 근처에 앉으시는 분을 보면, 저는 이제 안 여쭤봐요. 그냥 물을 한 잔 더 갖다드립니다.
자리에 앉자마자 이어폰을 빼서 케이스에 넣으시더라고요. 노트북도 안 꺼내시고 책도 없이요.
두 시간을 그냥 앉아 계셨어요. 나가시면서 저한테 그러시더라고요. 집에 있으면 자꾸 뭘 해야 할 것 같은데 여기선 안 그렇다고요.
아무것도 안 하러 오는 자리도 필요해요. 그런 자리가 생각보다 없더라고요.
오늘 집이 유난히 조용하게 느껴지시면, 그냥 사람 소리 있는 데 가서 앉아 계셔도 돼요. 그것도 충분히 쉬는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