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에 아주 심각한 얼굴로 앉아 계시던 손님이 있었어요. 한 시간 넘게 아무것도 안 하시고 그냥 계시길래 저도 말을 안 걸었어요.
그런데 나흘 뒤에 낮에 오셔서는 웃으면서 그러시더라고요. "그날 왜 그렇게까지 심각했는지 모르겠어요." 저는 이 말을 손님들한테 정말 여러 번 들었어요.
낮에는 일이 하나 생겨도 그 옆에 다른 게 잔뜩 있잖아요.
처리할 것도 있고 사람도 만나고 밥도 먹어야 하고요. 그러면 걱정거리 하나가 그 사이에 끼어서 자기 크기대로만 자리를 차지해요. 그런데 밤엔 그 옆이 다 비거든요.
혼자 남으면 그 하나가 전부가 됩니다. 크기가 커진 게 아니라 옆에 있던 게 사라진 거예요.
이것도 큽니다.
하루 종일 결정을 내리고 나면 밤엔 남은 힘이 별로 없어요. 그 상태에서 어려운 걸 판단하려니까 자꾸 안 좋은 쪽으로 기울어지는 거죠. 지친 사람은 나쁜 쪽을 먼저 보게 되더라고요.
가게에서 봐도 그래요. 밤 열 시 넘어서 하시는 얘기랑 주말 낮에 하시는 얘기가 같은 일인데도 무게가 달라요.
손님들 얘기를 모아보면 대개 겹칩니다.
넷 다 밤에 하면 결과가 안 좋아요. 그런데 밤엔 이게 다 아주 급하게 느껴집니다. 지금 안 하면 큰일 날 것 같고요.
저는 이 말밖에 못 해드려요. 대단한 방법은 아닌데 이게 제일 잘 듣더라고요.
밤에 떠오른 결론은 지우지 말고 그냥 두세요. 대신 실행만 아침으로 미루시는 거예요. 아침에 다시 봤을 때도 그 생각이 그대로면 그때 하시면 되고요.
열에 일고여덟은 아침에 보면 크기가 달라져 있습니다. 나머지 둘셋은 진짜 문제라서, 그건 밝을 때 다루는 게 훨씬 나아요.
밤에 생각이 커지는 건 손님이 약해서가 아니에요. 밤이 원래 그렇게 생겼어요.
그래도 밤에 혼자 있는 게 힘드시면 어디든 사람 있는 데로 나오세요. 여기여도 되고 아니어도 되고요.
말을 안 섞어도 됩니다. 근처에 누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생각이 덜 커지더라고요. 저는 카운터에서 그걸 매일 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