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 건물 사장님이 지나가면서 그러시더군요. 요새 밤에 도서관 불이 늦게까지 켜져 있다고요. 실제로 폐관 시간까지 남는 분들이 늘었습니다.
저는 이 변화의 이유를 설명할 자리에 있지 않아요. 다만 밤 열람실에서 본 것들은 적을 수 있죠.
폐관 십오 분 전에 들어와 딱 그만큼만 앉아 있다 가시는 손님이 있어요. 책도 안 펴시고 그냥 앉아 계시죠. 어느 날 나가시면서 그러셨어요. 집에 바로 들어가기가 좀 그래서 들른다고요.
저는 그 십오 분이 무엇이었는지 모릅니다. 다만 그 시간이 그분에게 필요했다는 건 알겠더군요. 매일 같은 시각에 오시거든요.
밤에 오시는 분들의 가방이 예전보다 큽니다. 노트북과 도시락이 같이 들어 있는 경우가 많아요. 한 분은 퇴근하고 바로 오신다고 하셨고, 다른 분은 여기가 집보다 시원하다고 하셨죠.
가방이 크다는 건 오래 있을 작정으로 왔다는 뜻이더군요. 잠깐 들르는 사람의 짐과 자리를 잡으러 온 사람의 짐은 눈에 띄게 다릅니다.
사람이 늘면 다툼이 생길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더군요. 오래 앉은 분이 잠깐 나갈 때 물건을 치우고 가는 일이 늘었습니다. 누가 시킨 게 아닌데 몇 달 사이에 그렇게 됐어요.
의자를 소리 안 나게 빼는 사람도 늘었죠. 저는 이런 게 규칙보다 강하다고 생각해요. 아무도 안 정했는데 다들 지키고 있으니까요.
같은 자리를 나누어 쓰는 법을 배운 자들이, 결국 그 자리를 지킨다.
저는 이 사람들이 왜 늘었는지는 모릅니다. 다만 밤에 갈 곳이 필요한 사람이 이만큼 있다는 건 봤어요. 그리고 여기 앉은 분들 표정이 들어올 때와 나갈 때 다르다는 것도 봤죠.
들어올 때는 어깨가 올라가 있다가, 한 시간쯤 지나면 내려가 있더군요.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그 변화는 매일 반복됩니다.
그러니 저는 밤에 사람이 늘었다는 말 앞에서 세상이 각박해졌다고 결론 내리지 않아요. 갈 곳이 필요한 사람들이 갈 곳을 찾아냈다는 뜻이기도 하니까요. 어떤 자리를 하루의 끝에 둘지는, 각자가 고르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