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이 종이에 무공 이름을 죽 적어 왔어. 이걸 어떻게 묶냐고 묻더라고.
나도 처음엔 다 따로인 줄 알았어. 근데 오래 보니까 크게 두 줄이야. 이거 하나 잡아두면 새로 나와도 자리가 잡혀.
이름 그대로야. 안 내에 집 가, 바깥 외에 집 가.
내가권은 안에서 밖으로 가. 내공을 먼저 쌓고, 그 힘을 몸으로 내보내는 방식이지. 그래서 겉보기엔 동작이 작고 느려. 힘이 안 들어 보여.
외가권은 밖에서 안으로 가. 몸을 먼저 단련해서 그 자체를 무기로 만드는 방식이야. 주먹을 단단하게 하고 뼈를 굵게 하고. 동작이 크고 힘차 보이지.
여기가 이야기에서 제일 많이 써먹는 대목이야.
외가권은 초반이 빨라. 몸을 단련하는 거니까 몇 년 하면 티가 나. 대신 어느 지점에서 막혀. 사람 몸에 한계가 있으니까.
내가권은 초반이 느려. 몇 년을 해도 아무것도 안 되는 것 같아. 대신 막히는 지점이 늦게 와. 그래서 오래 하면 뒤집혀.
이 구조가 그대로 인물 배치가 돼. 초반에 주인공을 이기던 놈이 나중에 뒤처지는 전개 있잖아. 대개 이 둘의 차이로 설명해.
구파일방 정리할 때 다 외울 필요 없다고 했는데, 이 둘만은 알아두면 편해.
소림은 외가권 쪽이야. 절이고 몸을 쓰고 맨손이 기본이지. 무당은 내가권 쪽이고. 부드럽게 받아넘기고 힘을 안 쓰는 것처럼 보여.
작품에서 이 둘을 나란히 놓는 게 그래서야. 두 줄을 한 번에 보여주려고. 산 얘기 할 때 말했듯이 산 생김새가 그 문파 성격을 반쯤 설명한다는 것도 여기 걸려 있어.
여기서 균형을 잡을게. 딱 잘라 나뉘는 게 아니야.
외가권 하는 놈도 결국 내공을 쌓아. 안 그러면 위로 못 올라가니까. 내가권 하는 놈도 몸이 약하면 못 버티고. 그래서 위로 갈수록 둘이 만나.
경지가 올라가면 결이 사라진다는 얘기를 무공 상성 할 때 했잖아. 여기서도 같아. 꼭대기에서는 이 구분이 의미가 없어져. 구분은 중간까지만 쓸모가 있는 거야.
이 질문이 자주 나와. 답은 둘 다 있어.
사파냐 정파냐는 이 축이랑 상관이 없어. 사파 무공은 빨리 세지는 대신 값을 치르는 계약인 거고, 내가 외가는 어디서 시작하느냐일 뿐이야. 다른 축이라 겹쳐서 봐야 해.
정파와 사파 차이가 착한 편 나쁜 편이 아니라고 내가 전에 말했잖아. 마찬가지로 내가권이 고상하고 외가권이 거친 게 아니야. 그냥 순서가 다른 거지.
나는 무협을 하나도 모르는 채로 여기 떨어진 놈이라 이름을 전부 외우려다 포기했어.
그러다 이 두 줄을 알고 나서 편해졌어. 새 무공이 나오면 안에서 시작하나 밖에서 시작하나만 물어보면 돼. 그러면 그 인물이 지금 어디쯤이고 앞으로 어떻게 될지가 대충 잡혀.
헷갈리는 무공 있으면 말해봐. 어느 줄인지 잡아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