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더 달라는 말, 하셔도 돼요. 그거 물어보시는 분이 생각보다 많거든요.
카운터에서 제일 자주 듣는 말 중 하나가 "이거 좀 진한데 물 더 주셔도 되나요"예요. 그러면서 다들 조금 미안한 얼굴을 하세요.
미안해하실 일이 아니에요. 진하다 연하다는 취향이지 정답이 아니거든요. 저희도 손님마다 다른 걸 알고 있어서, 말씀만 해주시면 바로 맞춰 드려요.
오히려 말 안 하시고 반쯤 남기고 가시는 게 제일 아쉬워요. 남은 잔을 치우면서 뭐가 안 맞았는지 알 방법이 없더라고요.
여기서부터가 좀 재미있는 부분이에요.
물을 따로 받아서 얼음 위에 직접 부으시면, 그 순간 얼음이 확 녹아요. 물을 더한 게 아니라 물에 녹은 얼음까지 더해지는 셈이라, 생각하신 것보다 훨씬 묽어지죠.
전에 한 분이 뜨거운 물을 얼음 위에 부어 드셨는데, 한 모금 드시고 표정이 굳으셨어요. 연하게 하려던 게 아니라 커피를 지워버리신 거였거든요.
저는 물을 더 달라고 하시면 그냥 물병을 드리지 않고, 잔을 한 번 여쭤봐요.
지금 잔이 가득 차 있으면 새 잔에 얼음을 조금만 넣고 옮겨 담아요. 자리가 남아 있으면 찬물을 조금씩 부어 드리고요. 별거 아닌 것 같아도 이 차이가 마지막 한 모금까지 남아요.
가끔은 물 대신 샷을 하나 빼드리기도 해요. 진하다고 느끼신 이유가 양이 아니라 농도일 때가 있거든요. 그럴 땐 물을 아무리 부어도 그 쓴 결은 그대로 남아요.
집에서는 순서만 바꾸시면 돼요.
잔에 얼음을 담고 커피를 붓는 대신, 커피를 먼저 담고 물로 농도를 맞춘 다음 마지막에 얼음을 넣어보세요. 같은 재료인데 맛이 훨씬 안정적이에요.
뜨겁게 드실 때도 마찬가지예요. 커피에 물을 타는 것과 물에 커피를 타는 건 결과가 달라요. 앞쪽이 훨씬 부드럽게 섞이더라고요.
연하게 마시는 건 커피를 덜 좋아하는 게 아니라, 자기한테 맞는 농도를 아는 거예요.
진하게 드시든 연하게 드시든, 그건 그냥 취향이에요. 다음에 오시면 편하게 말씀해주세요. 물 더 드리는 건 저한테 아무 일도 아니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