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 받은 모카포트를 두 번 쓰고 선반에 넣어두셨다는 손님이 계셨어요. 사진을 보여주시는데 상자도 안 버리셨더라고요.
두 번 다 탄맛이 났다고 하셨어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어요. 오늘은 그 얘기를 해드릴게요.
아래 칸에 물을 넣고 가운데 바구니에 커피 가루를 담아 불에 올리면, 물이 끓으면서 생긴 김이 물을 위로 밀어 올려요. 그 물이 커피층을 통과해서 위 칸에 고입니다.
그러니까 드립처럼 물이 떨어지는 게 아니라 아래에서 위로 밀려 올라가는 방식이에요. 짧은 시간에 진한 액체가 나옵니다.
에스프레소 머신만큼 강한 압력은 아니에요. 그 중간쯤이라고 보시면 맞아요. 크레마가 두껍게 얹히지는 않지만 우유를 부으면 라떼 비슷한 잔이 됩니다.
실패하는 자리는 거의 정해져 있어요.
물은 아래 칸 안쪽에 있는 작은 나사 밑까지만 채우세요. 그게 넘치면 안 되는 선이에요. 커피는 바구니에 부어서 윗면만 평평하게 고르면 됩니다. 눌러 담으면 물이 못 지나가서 억지로 뚫고 나오고, 그때 탄맛이 붙어요.
제가 손님들께 말씀드리는 건 이 두 줄이에요.
불은 바닥 지름을 넘지 않게 줄이세요. 넘치면 손잡이가 그을리고 커피도 급하게 나옵니다.
그리고 위 칸에서 소리가 바뀌는 순간이 와요. 조용히 차오르다가 갑자기 푸식거리기 시작하는데, 그때가 끝이에요. 그 소리가 나면 바로 불에서 내리고 젖은 행주로 아래 칸을 감싸주시면 됩니다. 끝까지 두면 마지막에 나온 부분이 다 망칩니다.
드립보다 곱고 에스프레소보다는 굵게. 설탕보다 조금 고운 정도라고 생각하시면 편해요.
너무 곱게 갈면 물이 못 지나가고, 너무 굵으면 밍밍해집니다. 사서 쓰신다면 모카포트용으로 갈아달라고 하시면 돼요. 저희도 그렇게 갈아드립니다.
배전은 중간이나 그보다 진한 쪽이 잘 맞아요. 약하게 볶은 원두는 이 방식에서 신맛만 튀는 경우가 많거든요.
물로만 헹구고 완전히 말려서 보관하세요. 알루미늄 재질은 세제 냄새를 잘 먹습니다.
고무 패킹은 소모품이에요. 몇 년 쓰면 딱딱해지면서 김이 새는데, 그러면 커피가 제대로 안 올라옵니다. 이때 물건이 고장 났다고 생각하고 버리시는 분들이 많은데, 패킹만 갈면 다시 씁니다.
커피 도구는 대개 고장 나서 안 쓰는 게 아니라, 한 군데 어긋난 걸 모르고 넣어두는 거예요.
전기가 필요 없고, 부품이 세 개뿐이고, 씻기가 쉬워요. 아침마다 같은 잔을 반복해서 마시는 분한테는 잘 맞습니다.
반대로 원두를 자주 바꿔가며 향을 비교하고 싶은 분한테는 답답할 수 있어요. 이건 향을 펼치는 도구가 아니라 진하게 뽑는 도구니까요.
그 손님은 다음 주에 오셔서 성공했다고 하시더라고요. 물 선을 지키고 불을 줄인 것, 그 두 가지만 바꾸셨대요. 상자는 이제 버리셨다고 하시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