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판을 봐도 뭘 시켜야 할지 모르겠으시죠. 이름은 가게마다 다른데 뼈대는 서너 개뿐입니다.
그 서너 개만 알면 처음 가는 가게에서도 안 헤매세요. 오늘은 그 얘기를 해드릴게요.
에스프레소라는 진한 커피 원액이 있고, 여기에 뭘 얼마나 섞느냐로 이름이 갈려요.
가게에서 새로 만드는 이름들도 결국 이 넷 중 하나에 뭘 하나 더 얹은 거예요. 시럽을 넣거나 크림을 올리거나요. 그러니까 처음 보는 이름이 나오면 우유가 들어가는지만 물어보시면 됩니다.
가게 입장에서 말씀드릴게요. 이름을 바꾸는 데는 이유가 있어요.
같은 아메리카노라고 적어두면 손님이 가격만 비교하세요. 그런데 이름이 다르면 비교가 안 되죠. 그래서 가게마다 자기 이름을 붙입니다. 솔직히 저희도 그런 마음이 없다고는 못 해요.
다만 이름을 지을 땐 대개 그 가게에서 제일 자신 있는 걸로 지어요. 그러니까 처음 보는 이름 = 그 집이 밀고 있는 것이라고 보시면 얼추 맞습니다.
카운터에서 제가 알려드리는 순서예요.
우유가 들어가는지, 단 게 들어가는지, 차가운지 뜨거운지. 이 세 가지만 확인하시면 크게 실패하지 않으세요. 나머지는 취향이라 물어보셔도 저희가 정해드릴 수 없어요.
그리고 저는 처음 가는 가게에서는 그냥 아메리카노를 시켜요. 기준이 되는 잔이거든요. 그 집 커피가 어떤지 제일 정직하게 나오니까요.
메뉴판을 위아래로 세 번 훑어보시더니 제일 무난한 걸로 달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우유 좋아하시냐고 여쭤봤어요. 좋아하신다길래 라떼를 드렸어요. 나가시면서 앞으로는 이걸로 시키겠다고 하셨습니다. 무난한 걸 찾으신 게 아니라 물어봐줄 사람이 없었던 거예요.
메뉴판이 어려운 건 손님 탓이 아니에요. 만든 쪽이 안 친절한 거죠.
처음 가는 가게에서 헤매시면 그냥 물어보세요. 그거 답하는 게 카운터에 서 있는 사람 일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