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운터에 서 있으면 커피값 얘기보다 밥값 얘기가 훨씬 자주 들려요. 저는 이게 좀 신기했어요.
제가 파는 게 커피인데 정작 커피값 얘기는 잘 안 하시거든요. 오늘은 제가 들은 문장들만 적어볼게요.
예전에는 뭘 먹을지 고르는 얘기였어요. 요즘은 얼마였는지 확인하는 얘기가 더 많아요.
둘이 오셔서 "그 집 그거 얼마 됐더라" 하고 서로 물어보시는 걸 자주 봐요. 그러고 나면 잠깐 조용해져요. 그 조용해지는 대목이 저는 좀 인상적이었어요.
뉴스에서 물가 얘기가 나오면 다들 숫자를 말하잖아요. 카운터에서는 숫자가 아니라 그 침묵으로 와요.
무슨 뜻인지는 저도 몰라요. 본 것만요.
마지막 게 저는 제일 오래 걸렸어요. 밥은 줄이시는데 커피는 안 줄이세요.
전문가 말은 아니고 카운터에 서 있는 사람 생각이에요.
밥은 배를 채우는 거고, 커피는 자리를 사는 거잖아요. 앉을 데를 사는 거요. 하루 종일 서 있다가 앉을 데가 필요한 날엔 그게 밥보다 급할 수 있겠더라고요.
저도 그래요. 마감하고 배는 고픈데 밥을 안 먹고 그냥 앉아 있을 때가 있어요. 배고픈 걸 몰라서가 아니라 앉는 게 먼저라서요. 이러니까 제가 저희 손님들 편을 드는 거예요.
편의점 봉지를 들고 들어오셔서 커피만 시키셨어요. 봉지는 발밑에 조용히 내려놓으시고요.
혹시 눈치 보시나 싶어서 제가 먼저 말씀드렸어요. 여기서 드셔도 된다고요. 그랬더니 웃으시면서 아니라고, 그냥 커피 마시는 동안은 그거 생각하기 싫어서 그런다고 하시더라고요.
뭘 아끼고 뭘 안 아끼는지에는 다 이유가 있어요. 아끼는 걸 보고 사정을 짐작하면 실례고요.
오늘 저녁 건너뛰셨으면 뭐라도 좀 드세요. 커피는 그다음이어도 늦지 않아요.